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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만으로 살아남은 7人 의기투합… 동네빵집의 반격

경기신문 연중기획 사회적 경제기업 탐방-빵집아저씨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2009년부터 골목상권 잠식

안산시 5년간 동네빵집 3분의 2 고사



지역봉사하던 제빵인들 자구책 마련

작년 12월 도내 첫 제빵협동조합 탄생



젊은 층·웰빙 수요 맞춰 다양한 메뉴 개발

간판 ‘마카롱’ 매출 10% 이상 상승 견인

주민 제빵 교육 등 프랜차이즈와 차별화

불과 몇 년 사이 화려한 프랜차이즈 빵집이 도심 곳곳에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부터 크게 늘었다. 이와 동시에 서민 상권도 붕괴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지난 2009~2011년 1천230개 증가했으나 동네빵집은 2008년 한 해에만 3천개 넘게 줄었다.

대기업들이 금융위기로 불어닥친 위기를 건전한 국내투자와 해외진출이 아닌 골목상권을 잠식, 해소한 탓이다. 이같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공세에 대응해 동네빵집 사장님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제빵 협동조합으로 뭉친 ‘빵집아저씨들 협동조합’(이사장 김기철)을 찾았다.
 

 

 


◆ 동네빵집 ‘뭉치면 산다’

“프랜차이즈 빵이 식당에서 주문한 식사라면, 동네빵집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손수 지은 밥상이죠.”

10월 30일 오후 1시쯤 안산시 단원구 한 동네빵집.

향긋한 빵 냄새가 온몸에 풍기는 김기철(45) ‘빵집아저씨들협동조합’ 이사장은 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의 차이를 묻자, 망설임 없이 대답을 쏟아냈다.

김 이사장은 안산시 단원구에서 19년째 56㎡(17평) 남짓한 아담한 동네빵집(솔로몬 베이커리)을 운영하고 있는 평범한 자영업자다.

그간 동네빵집들은 혹독한 시련을 견뎌 내야 했다.

그 역시 5년간에 걸친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 속에서 실력 하나로 살아남았다.

안산시에는 지난 2009년 180여개에 달했던 동네빵집이 이제는 78곳만이 영업중이다.

불과 5년 만에 3분의 2가량의 동네빵집이 사라진 것이다.

빵집아저씨들 협동조합은 지역 봉사 활동을 함께하던 영세 제과점 제빵인 7명이 모여 만든 자구책이다. ‘쓰나미’처럼 몰려온 프랜차이즈 빵집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인근 타 동네빵집이 이미 상당수가 문을 닫았어요. 이제 우리가 뭉쳐 반격에 나설 차례죠”라며 조합 설립의 계기를 설명했다.

빵집아저씨들은 이제 갓 1년 차에 접어든 신생 조합이지만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들이 뭉치자 경쟁력이 달라졌다.
 

 

 


젊은이들 입맛을 공략한 마카롱에서부터 유기농, 우리 밀, 천연 효모 등 건강 웰빙 수요에 맞춰 개발된 ‘오가닉’ 메뉴까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제품이 줄을 이어 출시됐다.

조합이 만든 40여종의 제품 가운데 간판 메뉴는 수제 마카롱.

마카롱은 아몬드가루, 달걀흰자, 설탕으로 만드는 프랑스 고급 과자로 조합에서는 과자 사이에 생크림과 아이스크림을 가미해 달콤한 풍미가 한층 입을 즐겁게 한다.

이 제품은 일일 1천개가 만들어져 조합에 소속된 7개 빵집에 공급, 10%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끌고 있다.

특히 수제 마카롱은 이달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납품 주문이 쏟아질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제대로 된 마카롱을 만들기까지 5천번의 실패를 경험했어요. 그만큼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맞춘거죠. 다행히 소비자들이 그 맛의 차이를 알아줍니다”라며 김 이사장은 마카롱 개발 성공에 이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264㎡(80평) 크기의 협동조합 사무실에는 재료비만으로 직접 빵을 만들 수 있는 교육장도 마련됐다. 지역에서 수십년 함께 한 동네빵집답게 주민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매달 60명 이상의 가족 단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샌드위치와 케이크, 쿠키 등을 만들기 위해 찾는다.

김 이사장은 “프랜차이즈가 하지 못하는 지역 활동으로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미래의 고객인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담긴 착한빵집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전했다.

/홍성민·민경화기자 hsm@

/사진=이재명기자 ljmu@





“신선한 재료·개성있는 제품 강점… 도전 자체로 큰 보람”

김 기 철 이사장

“경기도 대표 동네빵집으로 거듭날 공동브랜드를 만들고 신제품 등을 선보일 수 있는 전문 매장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김기철(45) 빵집아저씨들협동조합 이사장은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이같이 밝히고 “오는 12월 케익박스 등을 공동으로 제작하고, POS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조합 공통의 간판 설치와 인테리어 작업에도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같은 작업이 몸도 고되고 아직은 수익도 크지 않지만 도전을 하고 있는 자체로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동네빵집도 뭉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합 설립 초기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 뜻을 모았던 조합원 3명이 포기하고 나가는 일도 있었다. 새벽 5~6시에 일어나 오전까지 각자 운영하고 있는 자신의 가게 일을 마무리한 뒤 오후부터 조합 사무실에서 모여 일을 했지만 초기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프랜차이즈 진입에 따른 피해가 예상보다 컸던 탓에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버티지 못한 것이다.



프랜차이즈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신선한 재료와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대규모로 공급되는 프랜차이즈는 재료 선택에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동네빵집으로 구성된 조합은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 특별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어렵게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동네빵집의 개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조합만의 마케팅 전략은.

조합 설립 이전에 홀로 프랜차이즈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지역 할인행사 등으로 위기를 넘기곤 했다. 적립카드를 운영하거나 다트 게임을 활용한 사은품 이벤트, 무료 시식 등 지역 행사를 열었던 것이다. 이를 좀 더 조직적으로 운영해 조합만의 홍보 기법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홍성민·민경화기자 hsm@



 

 

 



안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 부산영화제서도 히트

■ 착한 기업, 이것만은 우리가 최고

◇ 수제 마카롱

- 7cm 크기의 마카롱

- 딸기, 오렌지, 망고, 녹차, 블루베리, 모카맛 등 다양한 제품군

- 저렴한 가격



◇ 제품개발 후기

마카롱은 백화점이나 커피 전문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프랑스 고급 과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들을 보완, 가격은 크게 내리면서 질 좋은 마카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마카롱은 아몬드 분말로만 만들기 때문에 만드는 재료의 배분이 까다로웠다. 특히 안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질감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7명의 조합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5천개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 시행착오 끝에 우리만의 마카롱 제조에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카롱을 납품하는 등 조합의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하루 1천개 이상의 마카롱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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