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토)

  • 흐림동두천 29.1℃
  • 흐림강릉 27.3℃
  • 서울 27.8℃
  • 대전 22.9℃
  • 대구 23.6℃
  • 울산 23.2℃
  • 광주 24.1℃
  • 부산 23.1℃
  • 흐림고창 25.2℃
  • 흐림제주 28.2℃
  • 흐림강화 23.9℃
  • 흐림보은 22.7℃
  • 흐림금산 22.3℃
  • 흐림강진군 24.6℃
  • 흐림경주시 23.8℃
  • 흐림거제 23.5℃
기상청 제공

 



                                                     /강은교

벽이 젖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에도 이제

거뭇거뭇 곰팡이가 피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젖어온 것이다

그래서 젖음에 익숙해 온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벽을 고치지 못한다.

젖고 있음을 알면서도

문득 문득 벽이 무너지는

공포에 떨면서도

그럼에도 왜 나는

저 벽을 고치려들지 않을까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저 벽을 의심하지 않을까

아마도 우리는 모두

저 벽에 등을 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갑자기 무너지거나 없어져 버린다면

우리의 등도 무너지리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몇 년 전부터

우리의 등도 젖어있다

거뭇거뭇 곰팡이가 핀 채.

 


 

시인이 길에서 만나는 어떤 알 수 없는 사람의 오해를 던져 묻고 있는 것 같다. 정상적인 사람을 보고 있기도 하고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이 아님을 알아챘던 어떤 아쉬움이 밀려든다. 그의 과거는 모르지만 한 마디 항의의 말도 없이 한 젊은 여성에게 밀려 문 안으로 사라진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불룩한 가방을 꼭 움켜쥔 채, 뒷걸음으로 길을 재는 그 사람? 혹은 앞으로만 걷고 있는 시인? 길은 그 깊은 가슴 속에서 실은 누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뒤로 걷는 게 옳을 듯한 생각이 드는 이 세상의 길 위에서 알 수 없는 안부를 전한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협회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