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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그가 사라졌다

 

그가 사라졌다

/김영근



이제 그를 무어라 부를까

부를 일 없는데 고요가 오금을 찌르면

뒹구는 나뭇잎 이라 부를까

벤치의 휘파람소리 라 부를까

불현 듯 노을이 덮치면

붉은새발자국 이라고

반짝이며흘러가는물비늘 이라 부를 것인가

묶인 적 없는데 묶은 자들은

오리 끝에서 봄볕 달랑 길어낸다

그 속에 채워지지 않는 설렘 있어

부를 일 없지만 혹,

짓궂은눈빛 이라 불러도 좋을까

고요했지만천둥* 이라 불러도 될까

*아메리칸 인디언의 이름들 중 하나인 ‘고요한천둥’의 변형

-김영근 시집 ‘호퍼의 일상’/시와 세계



 

 

 

죽음은 대지에 우뚝 발 디딘 그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음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대체로 우울이거나 슬픔이거나 권태이거나 허무이거나 빈공간이거나 흘러간 강물이다. 시간의 흐름에 죽음의 두께는 얇아지고 삶에 충실하다보면 잠깐씩 잊히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고요해지면 ‘뒹구는 낙엽’ 속에 ‘휘파람 소리’에 ‘노을’ 속에 ‘바다 물비늘’ 결에 ‘짓궂은 눈빛’으로 살아난다. ‘채워지지 않는 설렘’이기도 하지만 현실을 깨닫는 순간 ‘고요한 천둥’처럼 가슴에 쿵 내려앉는다. 그럴 때 불러주는 허전한 이름들…. 친구야, 너무 보고 싶구나.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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