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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 소재로 현대인 모습 비판하다

롯데갤러리 안양점, 19일부터 전시
복잡한 복선 대신 외적 대상 풍자해

 

■ 김범준 ‘Dialogue-키덜트적 사고’展

롯데갤러리 안양점은 오는 19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김범준 작가의 ‘Dialogue-키덜트적 사고’展을 진행한다.

‘키덜트’(kidult)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아이들과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들을 일컫는다.

키덜트적 감수성은 성인이 된 후 겪게되는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포근한 동심으로 위안 받으려는 심리적 요인에서 발생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화캐릭터와 언어유희로 작업해 온 김범준 작가의 작품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의 귀여운 캐릭터를 소재로 마치 어린아이들의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 작업을 보여주며, 키덜트적 성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주된 주제 선택 기준은 가장 먼저 자신이 좋아하고, 그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친숙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에 있다.

어렵고 난해한 개념 혹은 고상한 이미지로 관람객을 이해시키기 보다는 재미있고 친근한 이미지를 통한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어린 아이와 같은 취향의 귀엽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지만 그 속에 작가적 관점을 투영시키고 있는 전시 작품들은 거창한 플롯 구조나 복잡한 복선을 대신해 상당히 직접적인 모습들로 외적 코드화돼 있는 대상들을 풍자한다.

작품 ‘ipig’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구조에 속하는 멧돼지를 자본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애플사 로고를 접목시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시대의 자본주의 논리를 풍자한다. 이와 동시에 토실토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는 돼지의 모습으로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부귀길상의 긍정적 이미지도 담아내고 있다.

‘sheepsaekkideul’는 언어유희를 바탕으로 한 풍자와 장난스런 유머러스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언뜻 욕설처럼 느껴지는 이 단어는 영어로 ‘양’을 뜻하는 ‘sheep’과 우리말의 ‘어린 짐승들’을 뜻하는 ‘새끼들’(saekkideul)를 합성한 말로, 어린 양들을 의미한다.
 

 

 

 


작가는 인간과 양이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는 공통점을 찾고, 지나치게 거대해진 사회 구조 속에서 그 영향에 대항할 힘이 없어 과거 어느 때보다 사회 조직에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인 어투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보고 자라온 익숙한 캐릭터를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웃음 이면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유머를 통한 유쾌함과 가벼움 속의 반전 미학은 치밀하게 계산된 작가의 예술적 전략이다. 귀여운 이미지와 화려한 색채, 재치 넘치는 감각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친숙한 캐릭터들은 원래 그들이 놓여있는 맥락과 다른 상황 구성으로 관람객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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