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가, 5년 전인가 경기도 남쪽을 휩쓸었던 구제역이 이제 좀 가라앉나 싶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농장이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6일 안성시 이모씨의 한우사육 농가의 한우 1마리에 대해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지자 안성시 고삼면의 한 농장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연신 하소연을 쏟아냈다.
지난달 3일 충북 진천의 돼지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한달사이 이천과 용인을 거쳐 안성까지 무서운 속도로 전파돼 벌써 도내에서 구제역 발생지역은 4곳으로 늘었다.
그 사이 구제역 발생을 걱정했던 이천 등 최초 구제역 발생지 인근의 도내 지자체는 물론 경기도까지 나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 등을 벌였음에도 구제역은 다시 한번 경기 남부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지난달 29일 한 농장에서 돼지 20마리가 구제역 증상을 보인 이천시 농민들도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천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K모씨는 “정말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백신을 맞히고 방역을 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했지만 안성의 한우도 백신을 맞힌 소라는 뉴스에 혹시나 우리 돼지들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지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0년에도 금쪽같은 돼지들을 땅속에 묻고 몇날 몇일을 울면서 소주를 마셨는지 모른다”며 “이번 만큼은 구제역에 당할 수 없다”고 이를 악물기도 했다.
실제 구제역이 발생한 용인시 원삼면 두창리 등과 인접한 백암면에는 80여 농가에서 돼지 14만여마리를 사육 중이어서 구제역이 확산되면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이날 구제역 감염 소가 발생한 안성의 해당 농장은 충북 진천 돼지농장과는 15∼20㎞가량 떨어져 있으며 반경 500m 이내 6개 농가에서 한우 등 소 400여마리를 사육 중이다.
안성시는 150여 농가에서 돼지 29만여마리, 1천900여 농가에서 소 10만여마리를 사육하는 대표적인 축산도시로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 20만6천마리와 소 1천600마리를 살처분, 4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