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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문인력 양성… 교육·취업 ‘두 마리 토끼’ 잡다

 

화성시 ‘학점은행제’ 주목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태인 자녀교육법’ 내용 중에 하나다.

화성시가 학점은행제를 통해 이 금쪽같은 교육법을 실천해

취업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일궈내

주목받고 있다.

시 학점은행제는 주민들의 대학교육은 물론

안정적이고 전문성을 가진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모델’로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2008년 수원여자대학에 위탁교육 시작
등록금 50% 지원… 주부 만학도 열정 후끈
사회복지사·보육교사 학위·자격증 동시 취득
졸업생 대부분 요양시설·어린이집 등 취업


‘복지·고용 선순환’ 선진 복지시스템 가능성
공공부문 복지 확충·일자리 창출 모델로 부각



시 학점은행은 2010년 2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제1회 화성시 학점은행제 이수자 30명을 첫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전문학사 학위와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2급 등의 전문 자격을 취득해 이 중 23명이 보육시설과 복지시설에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으로 취업했다.

학점은행제는 정규대학에 다니지 않고도 전국 어디서든 인정기관에서 학점을 이수할 수 있고 이 학점을 모아서 학사나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 학점은행제는 지난 2008년 수원여자대학에 위탁해서 시작됐다.

대학이나 기업체에서 운영하는 학점은행제는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점은행제는 전국에서 화성시와 경상북도 칠곡군 두 곳뿐이었다.

선발은 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자 혹은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갖춘 만 50세 미만의 여성을 대상으로 30명 정원의 사회복지학과 과정의 학점은행제를 처음 시작했다.

학점은행에 선발된 대상자는 1·2학년을 포함한 60명 전원이 시로부터 등록금의 50%를 지원받는다.

이는 만학의 길에 나선 여성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자격을 갖춘 여성인력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은 학과 과목을 확대해 아동 가족전공 전문학사 과정을 통해 사회복지사 및 보육교사 2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학점은행제를 이용할 경우 학위와 자격증까지 동시에 취득할 수 있어 크게 선호되고 있다”면서 “특히 정부가 복지, 보육정책 강화 등을 실시하면서 복지관련 직종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주부들의 학습의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시 학점은행제는 그동안 24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대부분은 유치원, 요양시설, 어린이집 교사 등으로 취업해 일과 가정주부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비록 배움의 기회를 놓쳐 늦은 나이에 학업을 시작하지만,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기만큼은 젊은 학생들 못지않게 뜨겁다.

8기 입학생인 김모(50) 학생은 “앞으로 2년 동안 열심히 배워 학위도 받고 자격증도 취득해 배운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취업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는 당당한 사회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화성시 학점은행제에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복지와 고용의 선순환’이라는 선진 복지시스템을 정착시켜 지역사회의 복지 지수를 크게 늘리며 더불어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IMF 사태로부터 금융파동을 거치며 매년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률은 9.2%였으나 통계상의 거품을 걷어내면 실질적인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는데다 비정규직과 저소득 자영업자 등 일은 하고 있지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하는 빈곤층’이 1천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산업구조가 노동 절약형으로 변화, 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어도 오히려 고용능력은 떨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졌다.

일자리 창출에 민간이나 기업에 의존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 섰고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나서 산업유치와 재정 조기집행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부족한 사회, 학교, 가정, 노인, 장애인 등 지역주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 분야를 확충하고 이에 필요한 공공서비스직종에 지역주민을 채용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다.

성남시의 경우 모든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두는 조례를 만들어 2010년부터 연차적으로 실시 지금은 모든 학교에 적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복지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크게 확대돼 나갈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복지서비스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일자리들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화성시의 학점은행은 사회복지과정으로 앞으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위한 인력을, 늦게나마 배우고 전문적이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려는 여성들로 충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는 보육교사 이직률이 높고 교사 수급이 어려운 실정에서 학점은행제를 통해 배출된 보육교사가 지역사회의 어린이집에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해 전문학사 이상의 보육교사 양성을 통해 보육의 질 향상과 교사수급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세병 복지국장은 “학점은행 이수자들의 취업은 아직은 불확실한 여건 속에 작은 시작을 보여준 것이지만 사회적으로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복지확충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모델로 자리할 수 있도록 화성시와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최순철기자 so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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