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는 서구의 ‘신사(Gentle man)’에 해당된다. 선비와 신사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약자를 존중하는 인간상인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 신사의 여러 덕목 가운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담긴 봉사와 희생 정신은 선진 시민사회를 만든 원동력이다. 한국의 현대사회에서 선비의 의미는 타인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공직자에게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는 경제만으로 이룰 수 없다. 많은 인구가 기아선상에 있고 기본적인 위생환경을 갖추지 못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번영할 수 있을까? 계층 간 화합과 소통이 중요하다. 용인이 100만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재정 건전화와 성장 동력 확보라는 경제 발전 못지않게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이는 내가 재능기부 문화에 기반을 둔 사람 중심의 ‘젊은 용인’ 실현을 특별히 중요한 시책으로 정한 이유이다. 범시민 재능기부 운동은 민선6기의 소명 가운데 하나이다. 자원봉사와 재능나눔 기부를 시민 대통합의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다. 문화·교육·안전·복지 분야의 급증하는 서비스 수요를 시민 참여와 화합을 통한 자원봉사로 공급해드리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직자들이 앞장서길 늘 당부하고 있다.
올 초에 용인시는 공무원 자원봉사활동 계획을 세웠다. 자발적인 공무원 자원봉사 활성화 기반과 자원봉사활동 우수 부서 표창 및 인센티브 방안 등을 담은 것이다. 지금 용인시 공직자들은 부서 단위로 자원봉사의 날을 지정 운영한다.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요양원 방문봉사부터 집수리, 벽화그리기, 문화공연 등 재능기부 봉사활동에 공무원 개개인이 보유한 전문성을 활용하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가정의 달 마지막 날인 5월 31일. 용인시청자원봉사동호회의 40여명 직원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모현면 소외이웃의 집 담장 벽화그리기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들은 내게 선비 정신을 역동적으로 계승하는 ‘젊은 용인’ 그 자체였다. 나 역시 봉사자로 팔을 걷었다. 황량하기만 했던 담장 40여m 구간에는 꽃, 토끼, 거북이, 공주 등 동화를 모티브로 한 밝고 아름다운 그림이 채워졌다. 이 동호회는 월2회 공무원 재능기부 봉사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3년 창립해 현재 회원수 150명, 누적봉사수 60회, 누적 봉사원수는 1천80명에 이른다.
5월22일 오전 나는 직원들과 함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돕기 구두수선 자선행사가 열리는 수지구청 광장을 찾아 시민의 구두를 닦아주는 구두기능미화원 봉사에 동참했다. ‘수지구 구두수선 자원봉사회’의 성열만 회장을 중심으로 30여명의 회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구두 한 켤레를 닦아 버는 돈은 3천원 남짓이지만, 자신들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회원들은 매년 아름다운 자선행사를 열고 모금액 전액을 사회복지공동기금회를 통해 불우이웃에 전한다.
처인구보건소 직원 50여명으로 구성된 ‘사랑나눔 봉사회’는 월 2회 ‘나눔공동체’에서 천연비누 만들기, 손두부 만들기 등 소외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선다. 수지도서관 재능기부 봉사자들의 활동은 지역사회에 입소문이 나있다. 이야기 할머니 이금옥 님의 동화구연지도사 강좌, 이정헌 군의 동요콘서트, 청소년 봉사자의 영어스토리텔링 강좌, 책 수선 봉사자들의 Book수리팀, 서가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단배팀 등 책 읽는 용인을 만드는 봉사자들이 가득하다.
이들 수많은 봉사자들이 지역사회 곳곳에 뿌리는 봉사의 씨앗은 작고 조용하다. 그 열매를 가늠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봉사는 재능나눔 선순환 구조를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용인시의 수많은 재능기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여러분들은 현대사회의 역동적인 선비들이다. 재능기부로 ‘젊은 용인’ 도시브랜드를 새롭게 세우는 주인공이며, 어느 한 사람 소외되지 않고 모두 잘 사는 ‘사람들의 용인’을 만드는 주체들이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나는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