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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원은 빈곤층만 진료? ‘양질의 적정진료’ 담당하는 병원”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에게 듣는 공공의료가 나아갈 방향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인천의료원은 83년간 지역보건 분야에서 한 축을 담당하며, 사스·신종플루·에볼라·메르스 등 국가 위기상황 때마다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리고 인천지역 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메르스’와 싸웠던 인천의료원에게는 ‘공공의료의 수호천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대형병원의 틈바구니 속에서 공적 도의를 표방한 인천의료원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인천의료원의 사령탑 조승연 원장은 “메르스와 같은 위급상황이 터지면 민간병원은 잘 움직이지 않기때문에 다들 공공병원을 내세운다. 그러나 당시에는 영웅처럼 말해도 지나가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어 그는 “이번에 메르스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시민건강과 보건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인천의료원의 조승연 원장을 만나 공공의료가 나아갈 방향과 개선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공공의료 필요성, 전염병 창궐시 ‘반짝’ 부각
메르스 사태 혼란은 약해진 공공의료가 원인


공공의료기관은 ‘복지’에 초점
취약계층·무료진료 등 도맡아 ‘재정난 허덕’
민간병원의 수익과 비교는 ‘어불성설’


정부-시·도, 공공의료 투자 시스템 만들어야
간병인 문화 개선·주치의 제도 자리잡아야

 



-사스·신종플루 등 매번 파급력이 큰 전염병이 창궐하면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그 때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사스는 중국발 ‘감염’이었고 신종플루는 공기감염이라는 ‘공포’였다. 두 경우 국립의료원의 대응체계와 역학조치가 훌륭했다.

이번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다’하여 국민적 동요가 컸는데 사스와 신종플루를 합쳐놓은 질환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민간 대형병원은 메르스 치료를 거부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메르스 접촉 의심환자조차 받지 않으려는 민간병원들의 이기심은 실로 컸다.

수익을 내야하는 민간병원이 병원을 통째로 비워가며 감염병을 치료하겠는가? 메르스는 공공의료기관의 가치와 의료공공성의 본질을 보여준 사례다.



-선진국은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체계의 중심이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형병원이 진료수준도 높을 것이란 오해를 하고 있다. ‘민간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의 의료는 그 역할이 분명히 나누어져 있다.

바로 시민의료권 우선 원칙이다. 환자만을 생각하는 적정진료 즉, 표준화된 진료기준을 공공의료시스템이 담당해야 한다.

진료에 있어 과잉·과소 등의 논란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과잉진료의 경우 지나쳐서 문제지만, 더 큰 해악은 과소진료다. 이는 병을 악화시킴으로써 이른 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인천은 300만 인구에 시립병원이 하나뿐이다. 인천발전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자료에서 ‘인천에는 공공의료원이 4개 필요하다’고 조사됐다. 이처럼 공공의료기관 확보와 재정 지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공병원의 본질적 기능이 양질의 적정진료 즉, ‘환자 중심’에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앞으로 양질의 적정진료를 공공병원의 핵심역할로 간주해야 ‘공공의료기관은 빈곤층 진료의원이다’라는 해묵은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의료복지 관점에서 공공 의료기관의 적자를 일종의 ‘투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공공의료기관과 민간병원의 운영에는 적자 해석기준에 명백한 차이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목적은 영리가 아니다. 복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

현재 감염, 호흡기내과를 다 갖춘 지방의료원은 인천뿐이다. 신종감염에 대한 준비다. 인천의료원 6층에는 메르스 전용 음압병동도 있다. 여기에는 음압병실 3개(병상 5개)와 부분음압병실 6개가 설치돼 있다. 이 시설을 유지하려면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왜 민간병원만큼 실적을 못 내느냐’고 질책한다.

그러나 따져보면 노숙자나 의료 취약계층의 경우 민간병원을 갈 시 문전박대를 당할테지만 병원비가 없는 사람들도 차별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공공의료원이다.

이처럼 공공의료기관은 수익창출이 어려운 구조다. 비급여 항목의 원가보전율은 190%인 반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원가보전율은 75% 수준이다.

게다가 공공의료기관 치료비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입원환자가 많다.

과잉진료와 비급여진료, 취약계층진료, 무료진료 등을 도맡아하는 공공의료원의 재정적 손실은 당연하다.

따라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병원의 수익을 비교한다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흔히 공공병원의 의료진 인프라가 ‘저급하다’고 평가한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기숙사 증축’을 ‘의료인프라 구축’이라는 틀로 해석해도 되는지.

의료시스템의 질적변화는 ‘병실과 기계’라는 물리적 잣대도 있지만, 결국 ‘사람’이 기준이다. 인적인프라, 실력 있는 의료진을 포진시키려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간호직의 이직률이 높다. 초임이 낮고, 3교대 근무 강도가 높아 오래 버티질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의료원은 공단지역에 있다. 거주지 확보까지 어려우니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공공기관의 보람을 강요하기엔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척박한 것이다.

권력기관은 중심지에 있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공공시설물은 인구 밀집지역에 있어야 한다. 지금 인천의료원의 위치를 보면 교통편이 불편해서 찾아오기 어려운 지역에 위치한다.

공단지역에 왜 의료원을 지은 것인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인천의료원의 기숙사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단순히 의료진 편하자고 지어달라는 게 아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기본적인 ‘생활’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빅 5’ 병원에 전국의 환자가 집중된다.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중앙정부에서 공공의료기금을 만들어 시·도와 함께 공공의료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중심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구조가 문제다. 민간병원은 마케팅에 투자하고 시설자원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반면, 공공병원은 재정난에 허덕인다. 안타깝지만 병원의 ‘양극화’ 현상이 극명한 것이 현실이다.

캐나다 간호사노동조합(CFNU) 린다 실라스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환경을 보고 “아프리카 같다”고 표현했다.

선진국 중 2천병상이 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기본 병상이 500~600개를 기준으로 하고, 많더라도 1천개를 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6인실·12인실 등 다인실이 대부분이고, 간호사 1명이 30~40명을 돌보는 의료환경이다. 특히 간병인 문화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적 자각이 필요하다. 이른바 ‘닥터쇼핑’, 굳이 민간대형병원을 찾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주치의 제도가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현재 공공의료원의 시설과 의료수준은 민간대형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공공병원은 실력이 없다, 가난한 사람만 간다’고 말한다. 진주의료원 폐업처럼 공공의료기관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는가?

메르스의 혼란은 공공의료가 약해진 데 원인이 있다. 전염병 예방 등 공중보건 수준을 높여야하는데, 예비하지 못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국내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인천=한은주기자 h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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