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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생각하는 힘 그리고 면접

 

‘한나 아렌트<사진>’라는 영화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래 대개 생각이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나 자신과의 조용한 대화. ‘아이히만(Eichmann)’이 인성을 버리고 완전히 포기한 것은 가장 인간적인 능력인 생각하는 능력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더 이상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이렇게 생각을 못하면 수많은 보통 사람들도 큰 악행을 저지를 여지가 생겨요… 내가 바라는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힘으로 예기치 않은 일이 닥칠 때 그것을 이겨낼 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 대사에 등장하는 ‘아이히만’은 나치스 독일을 대표하는 ‘전범(war criminal)’ 중 한 명이었다. ‘유대인’들을 열차에 태워 수용소로 이송하는 것이 그가 맡은 임무였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 숨어 살던 그가 체포된다. 이스라엘 초대 수상 ‘다비드 벤구리온(David Ben-gurion)’의 지시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15년이나 그를 추적한 후였다. 예루살렘으로 압송된 그는 공개 재판에 회부된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라는 정치 철학자가 이 세기의 재판에 특파원 자격으로 참관한다. 그녀 역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통치 하의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인이었다.

그녀가 이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점을 술회한 책이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아이히만’은 공개재판 내내 “위에서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랐을 뿐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 아렌트’가 놀랐던 것은 수백만 명을 학살한 그가 악인이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중년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오랜 숙고 끝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 즉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지닌 인물로 평가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게 될 때, 그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 ‘인류 악’이 될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가 범한 죄는 생각하지 않은 죄라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남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

은 죄.

‘생각’이라는 불꽃을 피우는 땔감은 무엇일까? 태어나 접하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과 행동이다. 그렇게 피어난 한 인간의 생각은 내면적 숙성을 거쳐 자신만의 말과 글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학습 혹은 공부의 핵심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말과 글과 행동으로 이루어진 무수한 정보를 자신의 두뇌에 ‘입력(input)’한 후, 통찰 과정을 거쳐 개인적 혹은 사회적 가치를 ‘도출(output)’해 내는 것이다. 모든 면접은 그 결과를 보고 지원자에 대해 판단해 보는 과정이다. 지원자의 말과 행동, 자세나 태도 등이 어우러져 한 인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각하는 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서범석

특목고·자사고 입학 에이전트

전 용인외대부고 입학담당관

경기교육신문 webmaster@edu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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