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험 임신
고위험 임신은 말 그대로 임신을 하면 위험해지는 임신부에서의 임신으로 엄마나 아기가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크고 분만 전후 합병증이 정상 임신 보다 높은 경우의 임신이다.
어떤 경우가 고위험임신에 해당될까? 임신을 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요인을 찾아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35세 이상의 고령임신
35세가 넘어가면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당뇨 등의 성인 질환의 동반 가능성이 커지고, 임신 중 합병증인 자연 유산, 절박 유산, 전치 태반, 태반조기박리, 조기 진통, 양막조기파수, 융모양막염, 다태 임신, 양수 과소증, 양수 과다증, 자궁경관무력증, 임신 중 자궁 근종, 산전 빈혈, 비정상태위 등 임신 중 동반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위험성이 증가한다.
이러한 합병증으로 수술적 분만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수술 및 마취로 인한 각종 합병증의 발생이 커진다. 태아에서는 저체중아, 자궁내태아발육저하, 거대아, 선천성 기형, 염색체 이상, 자궁내태아사망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신생아의 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 증가와 주산기 사망률도 증가한다.
염색체 이상 중에 가장 발생이 많은 다운 증후군의 발생율도 엄마의 나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세의 엄마에게서 다운 증후군의 아기가 생길 위험성은 1천480분의 1이지만 35세가 되면 353분의 1, 40세가 되면 85분의 1, 45세면 30분의 1이다.
다른 염색체의 이상이 발생할 위험성도 엄마의 나이가 많아지면 높아진다.
20세의 엄마는 525분의 1, 35세는 178분의 1, 40세의 엄마는 62분의 1이다. 25~29세의 임신부에서의 영아 사망률보다 2~3배 증가하는데 그 원인은 고령 임신에 동반된 질환으로 인해 저체중아이거나 불가피한 조산을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모성 사망비는 1995년 출생아 10만명당 20.4명이었고 2008년 12.4명으로 감소했으나 오히려 2010년 15.7명, 2011년 17.2명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결과는 고위험 임산부의 증가와 관련성이 있다. 평균 연령별 모성 사망비를 보면 20대가 10명, 35~39세는 30.1명, 40세 이상은 70.7명으로 급상승한다.
◇임신 관련 고혈압성 질환
고위험 임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질환은 임신 관련 고혈압성 질환이다. 임신 전에 이미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임신 중반기를 지나서 단백뇨를 동반하는 전자간증(임신중독증)으로 이행될 위험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신장 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인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전자간증은 임신 상태가 유지된 상황에서는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조산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쳐 태아의 성장이 저하되고 때로는 태아사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은 고혈압의 순환기적 질환 뿐 아니라 뇌, 간, 폐, 신장, 혈액 응고 등 전신적 질환으로 이행돼 모체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임신 관련 고혈압성 질환으로 인한 모성사망은 2009년 3.3%, 2010년 4.1%, 2011년에는 6.2%로 증가하고 있다.
◇당뇨가 동반된 경우
당뇨가 동반된 경우도 고위험 임신이다. 당뇨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 중에 당뇨가 있다면 임신성 당뇨에 걸릴 위험성도 크다.
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태아 기형의 위험성이 커지고, 거대아 또는 태아 발육 성장 저하가 일어날 수도 있고, 잘 자라던 태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루프스, 크론병 등 내외과적 질환
임신 중에 내외과적 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도 고위험 임신부이다.
루프스와 같은 결체조직질환, 신장질환, 고혈압이나 부정맥과 같은 순환기질환, 갑상선기능저하 또는 항진증과 같은 내분비 질환, 크론병과 같은 소화기 질환, 모야모야병과 같은 뇌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임신을 할 경우 질환이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
루프스는 가임기 여성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서 임신과 관련성이 높은 면역질환이다. 루프스에 걸린 여성이 임신할 경우 자연유산, 전자간증, 자궁내태아발육저하, 자궁내태아사망, 조기분만에 대한 위험성이 크고 임신 중에 40~70%는 루프스가 악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신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간전증, 저체중아, 태아성장저하 등의 위험성이 증가된다. 심장질환은 간접모성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고 유산, 조기분만, 저체중아 발생의 위험성이 있다.
모야모야병은 임신과 분만 시 일어나는 혈액량의 증가, 응고성 경향의 증가, 과호흡 등이 이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자궁경부무력증
임신 20주경에 진통도 거의 없었는데 자궁경부가 자연적으로 열려 조기 분만을 하는 자궁경부무력증도 고위험 임신이다. 임신 제2삼분기에 측정한 자궁경부길이가 짧거나 과거 임신에서 임신 20주경에 진통도 별로 없었는데 자궁경부가 열려서 분만한 경험이 있다면 자궁경부무력증을 의심해야 한다.
◇쌍둥이 임신
쌍둥이 임신도 단태아 임신과 비교하면 여러 위험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불임치료의 기술 향상으로 쌍둥이 임신이 증가하고 있는데 조기진통, 조기 분만의 위험성도 단태아보다 크고 한번 분만에 아가가 둘 이상 출산돼야 하니 조기 분만인 경우 신생아 호흡기와 인큐베이터를 찾아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단태아보다 체중이 덜 나가는 경우도 많고 자연분만의 시도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단태아의 경우보다 자궁이 훨씬 많이 비대해져 있어 분만 후에 자궁수축이 안 좋아 분만 후 출혈성 경향도 증가한다.
쌍둥이 중에서 단일 양막 태아인 경우는 30주를 넘기기 힘들 때가 자주 있다. 두 태아의 제대 꼬임 현상으로 인해 태아 사망의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양막은 서로 분리돼 있어도 단일융모막인 경우엔 가끔 쌍태아간 수혈 증후군이라는 태반 간 혈관의 연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전치태반
이제까지 나열한 질환 외에 정말 위험한 질환이 있다. 전치태반이다. 그 중에서도 완전전치태반이면서 태반 유착이 동반된 경우는 분만하면서 엄청난 출혈이 일어난다.
산부인과 의사는 물론 마취과 의사도 긴장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자궁 적출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엄청난 양의 출혈과 많은 수혈로 혈액 응고 기능 부전이 일어나기도 하고 혈액 공급의 속도가 실혈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환자는 정말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적절한 관리로 건강한 출산까지
고위험 임신이라고 해서 모두 위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하니 주의하게 되고 조심해서 관리를 하게 되고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이 있으면 적절한 약을 선택해 복용하고, 자주 병원을 방문해 단백뇨의 유무 확인으로 전자간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본다.
만일 전자간증으로 진행되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심한 경우엔 태아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분만을 하도록 한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중 당뇨 검사에서 발견되면 적절한 식이요법과 필요하면 인슐린 치료를 해 혈당을 조절하면 건강한 아이를 분만할 수 있다. 임신 전에 루프스 또는 신장 질환이 있다면 질환이 조용해졌을 때를 골라 임신을 하고, 필요한 약을 복용하고 중복성 전자간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주의한다.
뇌혈관에 이상이 있다면 혈전 예방약 약을 사용하고 준비된 분만을 하면 된다.
완전전치태반이라면 언제 출혈이 발생할지 모르니 병원에서 먼 곳으로의 이동은 자제하고 제왕절개 전에 혈관 확보를 하고 수혈 준비를 해 제왕절개를 한다. 태아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태아성장지연이 있다면 태아성장속도를 확인하고 양수양, 제대혈류와 태아심박동감시를 통해 태아상태를 평가해 적절한 시기에 분만을 하고 선천성 기형이 있다면 출산 후 기형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신생아 전문의와 협진을 해서 신생아에 대한 준비를 해둔다. 이처럼 위험 요인에 대해 대처하면 위험은 그 만큼 줄어든다.
많은 고위험 임신의 엄마들이 임신 중 그리고 분만 시에 주의 깊은 적절한 관리로 건강하고 예쁜 아가들을 분만한다.
크론병이 있던 분도 임신 중에 크론병의 재발과 조기진통으로 고생했지만 적절한 약제를 사용해 아기를 자연 분만했고, 모야모야병에 Rh negative형의 혈액형을 가진 44세의 엄마도 임신 중과 분만 중에 집중 관찰하면서 셋째를 자연 분만했다.
첫 아기를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잃은 엄마는 자궁경부봉축술을 하고 건강한 둘째를 분만했고, 심한 혈소판 감소증을 보이는 엄마는 임신 중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분만 시에 혈소판 수혈을 받으면서 건강한 아기를 분만했다. 고위험 임산부는 각자 가지고 있는 질환이 다르기 때문에 산부인과 뿐 아니라 내과, 소아과, 신경외과, 신경과, 마취과 등 다른 과들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도움말=이귀세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
/정리=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