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미용실에서 왠 식재료를 파냐’는 말도 있었고 ‘옆에 마트가 있는데…’라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도저히 머리만 만져서는 미용실 운영이 안되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우리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인데 미용실을 접을 수도 없어요.”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한 미용실을 운영하는 A(42·여)씨는 최근 대파를 비롯해 양파, 마늘 등의 식자재를 들여와 가정주부들이 주류를 이루는 미용실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A씨는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소형 마트가 있어 판매하는 물품이 겹치지만 우연히 가져다 놓은 식자재를 구입한 미용실 손님들이 ‘마트를 또 가지 않아서 좋다’고 하는 말에 염치(?)없이 판매를 결심했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소규모 영세 상인들의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기존에 취급하던 물품이 아닌 생뚱맞은 제품을 판매하는 소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3일 수원지역 일부 상인들에 따르면 수원시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이같은 현상이 점차 번지고 있어 지속된 경기 침체가 소상인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상도덕마저 무너트리고 있는 셈이다.
이 미용실 외 인근의 한 커피숍은 젊은층이 주 고객이다보니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액세사리 등을 구비해 판매하고 있던 중 최근에는 휴대폰 관련 액세사리까지 추가해 판매 품목을 넓혔다.
이 커피숍 인근에도 역시 휴대폰 전문매장이 있지만 ‘이제는 먹고 살려면 남 사정 봐줄 형편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 마트나 휴대폰 전문매장과 같이 기존에 같은 물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은 속은 쓰리지만 별 다른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소규모 상인들의 어려워진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죽동의 한 마트 업주는 “올해만도 가게 구조를 여러번 바꿨다. 물품을 늘리거나 줄이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굳이 마트나 슈퍼가 아니라도 같은 물품을 파는 업소들이 생기면서 매출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얼마나 경영난이 심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 사람들을 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