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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누떼를 보았다

누떼를 보았다

                                   /정하해



서점에서 그 사람 고전을 읽는다



속도가 나지 않는 신산한

방황이다

내가 건드린 검은 문자들



마치 떼거리 달려드는

검은 누 떼 같다



그가 파놓은 함정에서

목이 아프다

그는 융숭하고 매끄럽게 많이도

번식했다

누 떼들은 여기서 그를 먹었던 것이리라



누 떼를 따라

저 어지러운 회전과

없는 지식에 농락 한번 오지다



나는, 붉은 늑대처럼 세렝게티를 내달리는

이를테면

누 떼에 끼어 그냥 전력 질주하는

어떤 새끼 같은 것



- 정하해 시집 ‘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

/시인동네

 



 

‘그 사람’은 사모하는, 혹은 사모했던, 아니면 짝사랑하는 사람일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나보다 지적 능력이 월등한 그 사람은 작가일까? 그 사람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그 사람 내면으로 진입한 느낌이어서 좀체 ‘속도가 나지 않는’다. ‘목이 아픈’ 이유는 마치 나 때문에 그가 ‘파놓은 함정’의 문장에서 목이 메기 때문이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이 된다. 지적 능력만을 생각한다면 난 그의 넓은 세렝게티 초원 안에서 철없이 뛰어다니는 누떼 사이에 낀 어린 늑대 새끼 같은 작은 존재일 뿐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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