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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은 ‘뇌혈관 장애 우울증’ 많다

고혈압·고지혈증 등 원인
모세혈관이 막히면서 발생
적절한 치료 땐 80% 회복

■ 뇌와 노인성 우울증

평균 수명이 늘어 ‘60대 청춘’론이 흔히 들린다. 하지만 아직 인체 중 가장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뇌’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사망했다. 함께 일해온 토마스 하비 박사는 그의 뇌를 20년간 연구했다.

그의 뇌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0년의 연구에도 일반인의 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뇌는 평균 1천300g~1천400g으로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혈액 공급량은 전체의 15%, 에너지 소모량은 전체의 20%에 달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또 뇌 속에는 1천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인지력이나 기억력, 논리력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뉜다.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은 운동기능, 언어기능, 사고와 감정조절 등 뇌의 부분 중 가장 많은 역할을 한다.

뇌 질환은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우울증, 뇌전증, 외상성 뇌 손상, 파킨슨병, 뇌암 등이 있다. 노년기에 발생하는 뇌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는 뇌 질환의 전반을 살펴본다.

◇노인성 우울증, 그 천의 얼굴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건강한 삶을 손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으로 우울증을 꼽았다. 우울증은 심장질환, 암, 교통사고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당장 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주요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가 10명 중 1명에 이른다.

또 주요우울장애나 경우울장애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과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아증후우울증도 11%에 달해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노인성 질환들과는 달리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완치 가능하지만,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면 만성적인 통증이나 신체 증상을 겪게 되고 자살 위험도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자살 원인 중 1위가 치료 받지 않는 우울증이었다고 한다.

특히 노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의 위험이 젊은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남자 노인의 경우에는 5배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도 개인의 몫으로 무심히 방치하고 있는 노인 우울과 무관치 않다. 젊은이들의 우울증과는 달리 노인성 우울증은 슬픈 감정보다는 무기력감이나 의욕저하와 같은 ‘기력’의 감퇴가 심해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가 어렵고 치료 받을 힘조차 없을 때도 있다.

또 우울은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기 때문에 이유 없이 여기 저기 아프기도 하고 가벼운 통증도 훨씬 심하게 느끼게 한다. 밥맛도 없고 힘도 없고 여기 저기 아픈 노인성 우울증 환자들은 흔히 신체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느라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표정이 무덤덤해지고 동작이 느려져서 파킨슨병으로 오인돼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노인 우울증 뇌혈류 순환장애로 온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으로 반드시 치료를 요한다. 노인의 우울증은 노년기의 경제적 어려움,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 배우자의 죽음, 신체적 능력 약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뇌혈관의 문제를 동반한 혈관성 우울증 환자의 비중이 높다.

혈관성 우울증은 MRI로 뇌를 촬영했을 때 백질변병을 보이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한다. 그 비중은 70대 초반 75%, 75세 이상에는 100%에 이르며 치료또한 난해하다.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절실하다.



◇우울증과 치매 비교

치매와 우울증은 초기 증상이 매우 비슷하고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감별이 쉽지 않다. 특히 노인성 우울증은 젊은 성인의 우울증에 비해 기억장애나 집중력장애가 심해 마치 치매처럼 보이기 때문에 ‘가성치매’라 불리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치매가 우울증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전측두엽성 치매나 피질하 혈관성치매에서는 우울증이 치매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가장 흔한 유형의 치매인 알츠하이머병도 발병 초부터 우울 증상을 보이거나 우울증과 병발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3분의 1에 이른다.

우울증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 없이는 치매를 제대로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도 기억 감퇴를 호소하는 노인 환자에게 단순히 인지기능검사만을 시행해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의 몫이 된다. 노인성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감퇴는 고가의 인지기능개선제를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화장애, 불면 등의 부작용으로 우울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 환자도 반드시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치매가 우울증으로 오진될 경우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되고, 우울증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삼환계 항우울제나 안정제로 인해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오히려 더 나빠지기도 한다. 인지기능과 기분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는 진단 초기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연구자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노인성 우울증 환자의 8~50%가 치매로 진행하며, 치매 환자의 10~20%는 심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이처럼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은 진단에서부터 치료가 끝날 때까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슬과 같은 관계이다.

치매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우울증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시행해야 하며 불면, 불안, 의욕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된 기억감퇴는 더욱 그러하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 중에는 온몸이 우울을 호소해도 정작 자신이 우울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가 많고, 설혹 그렇게 느낀다 해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믿지 않는 이도 많다. ‘모질지 못해’ 생긴 병이니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며 자신을 몰아 세워보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노인성 우울증은 심약한 성격의 산물이 아니라 뇌 기능 장애의 증상이기 때문이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기다림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다.



◇노인 우울증 치료로 자살률 낮출 수 있다

노인성 우울증은 불면, 통증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기존의 신체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실제 노인성우울증은 노인을 진료하는 임상의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질환이다. 기력과 의욕의 저하로 일상생활 능력과 대인관계의 장애가 심하며 기억력이나 집중력과 같은 인지기능의 감퇴를 자주 동반하기 때문에 치매로 오진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노인성 우울증은 노인 자살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자살의 주요 위험인자이고 뇌졸중, 치매, 갑상선 질환 등과 같은 다른 심각한 노인성 질환의 경계 신호로 발현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적절히 치료 받으면 80% 이상 회복이 가능하다. 노인성 우울증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5% 정도로 매우 흔하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회복율이 80% 이상에 이르는 잘 치료되는 질환이다. 외국의 경우 45세 이상이 되면서 주요우울증의 빈도가 감소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50세 이상이되면서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성 우울증은 갑상선기능저하와 같은 내분비 질환, 심근경색이나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정신질환, 뇌졸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중추신경질환에 동반되는 경우가 20~50%에 달해 이들 질환에 대한 조기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도움말=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김범준 신경과 교수>

/성남=노권영기자 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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