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장면 CCTV 확보 불구
이름 등 특정상황 확인 못해
사기사건 피의자 ‘수배 불가’
경기경찰 수사팀 “답답할 노릇”
경찰 내부에서만 공유 검거 총력
경찰이 수원에서 발생한 억대의 3인조 금 사기단의 범행장면이 찍힌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하고도 비현실적인 규정에 막혀 공개수배조차 못하고 있다.
10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수원역 근처 커피숍 3곳과 수원 구도심 커피숍 한 곳 등 4곳에서 4명의 부녀자가 잇따라 금매매 사기를 당했다.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커피숍 CCTV 영상을 분석해 피의자 A씨의 얼굴 사진을 확보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내부 규정 등에 막혀 현재까지도 피의자 A씨 일당을 공개수배하지 못하고 있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 피의자의 경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얼굴을 공개할 수 있으나 사기사건 피의자는 공개수배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다.
간혹 볼 수 있는 사기범 공개수배 전단은 피의자의 신원(이름, 나이 등)이 확인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얼굴 공개가 가능하나, 이번 사건의 경우 A씨의 얼굴 이외에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공개수배가 불가능하다.
특히 ‘경찰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언론매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수배할 경우 무단복제 방지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보안조치된 수단을 이용해야 하고, 게시물 삭제 등의 관리감독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검거 등)공개수배 필요성이 소멸한 때에는 게시물, (방송 등)방영물 등을 회수해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공개수배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공개수배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이번 사건 피의자는 범행장면이 버젓이 CCTV에 찍혔는데도 규정 때문에 공개수배를 못하고 있다”며 “비현실적인 내부규정에 막혀 공개수배조차 못해 답답할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가 아직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유사범죄 피해나 피의자 해외 도피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사기사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다면 검거 이후 법적인 근거를 놓고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 공개수배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경찰 내부에서만 피의자 얼굴을 공유해 검거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