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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 시선]영세명, 로사선생님

 

 

 

로사는 영세명이다. 그러니까 로사선생님은 천주교회 신자인 것이다. 거기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고 국가고시를 치루고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그리고 얻은 직장이 장애인 복지관의 선생님이다.

어린애일 때 영세를 받으며 받은 이름이므로 역시 천주교회 신자인 부모님들이 영세명을 아예 고유의 이름으로 삼고 그대로 호적에다 올렸다. 그래서 다른 신자들과는 달리 영세명 따로 본명 따로가 아니었다. 성은 박(朴)가였으니까 학창시절에 출석을 부를 때에는, 박로사였다. 한국 사람의 이름으로는 생소한 것이어서 중고등학교 시절엔 학생들이 웃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사가 되면서 장애인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면서부터는 아예 성은 쏙 빼고 그냥 ‘로사선생님’이라고 불렸다.

‘로사’는 로사리오(rosario)의 줄임 말로, 천주교회 신자가 기도할 때 사용하는 묵주를 지칭하거나, 묵주를 세면서 드리는 성모마리아에 대한 기도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천주교 측에서 볼 때에는 아주 성스러운 이름일 것이었다.

반(班)의 학생수는 모두 8명이었다. 연령대는 20·30대로, 원래는 10명인데 1명은 다른 고장으로 이사를 갔고 다른 1명은 ‘가정사정상’이란 애매모호한 이유로 자퇴를 했다. 추측하건데 홀어머니가 파출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처지이니까 학비나 제반 경비 조달이 어려워서일 것이라 짐작했다. 선생님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른 학생은 오지 않았다. 요 근래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는 각 곳에 산재해 있으므로 다른 장애인 학생들은 그런 곳으로 갔거나, 아니면 더 이상의 지원할 학생이 없거나 일 것이었다.

지원자가 없는 것은 선생님으로서는 신경 쓸 일이 아니나 지도하던 학생이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일은 매우 가슴이 아팠다. 나름대로 그 학생에 대해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 아픈 가슴은 꽤 오래 갔다. 자꾸 그 학생이 앉았던 빈자리가 허전하게 다가와 가슴이 아렸다. 여러 자식을 둔 부모가 한 자식이 곁을 떠났을 때 이러한 심경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장애인이라 해서 몸에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장애가 있는 애들이다. 정신과 전문의 같으면 각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병명을 붙여주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IQ가 낮은 저능아나, 아니면 자폐증이거나, 그런 정도로만 구분했다. 선생님은 의사가 아니고 사회복지사이므로 그런 구체적인 병에 대해서 염두를 두지 않고 아이의 습성과 증세에서 나타나는 행태 같은 것에 따뜻한 미소와 함께 말로 그들을 올바른 길을 가게 한다. 가령 점심식사를 마치고 반드시 칫솔질을 하게 하는데 이를 거르거나 자기 칫솔이나 물컵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학생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영락없이 지적하여 칫솔질을 시키거나 지저분한 칫솔이나 물컵을 깨끗이 씻어오기를 이른다. 그럴 때에는 항상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고 다정다감하게 타이른다. 꾀를 부려 말을 잘 듣지 않을 때에는 같은 태도로 반복해 권고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짜증도 나고, 화도 많이 났으나 참고 또 참으면서 미소와 부드러운 말씨 쓰기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면 혼자 앉아 천주님과 마리아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다. 어떤 때는 ‘이런 애들에게서 뭘 얻자고 이러는가’하는 무용론과 회의감으로 울면서 기도하던 때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가슴에 메아리쳐 오는 소리가 ‘너는 할 수가 있다’였다. 그리고 뒤따르는 말이 ‘사랑’이었다. 사랑을 그들에게 주는 일, 그게 주효해서 5년이 지난 현금에는 아이들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게 되었다. IQ가 높은 아이들과는 달리 이들에게는 거짓과 꾸밈이 없었다.

그림 그리기 시간인데 각양각색의 자세였다. 학생들은 대개 말없이 색칠을 하기도 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학생이 있었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입에다 넣고 우물우물 씹는 이도 있었다. 로사선생님은 이들을 보면서 혼자소리로 중얼거린다. “우리 천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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