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오월은 정말 행사가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이어 부부의 날까지 이름 붙여진 날이 많아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그 중간에 이런저런 날들도 있지만 생략하더라도 유독 행사가 많은 달이다.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는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낼지 혹은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고 자식들은 어버이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나름 선물과 꽃을 준비하여 부모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전한다.
아무리 무심한 자식일지라도 이날만큼은 부모를 생각하는 날일수도 있겠다 싶어 꼭 필요한 날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곤 했다. 빨간 종이로 꽃을 접고 푸른색으로 꽃받침을 만들었다. 부모가 안 계신 친구들은 흰 카네이션을 접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는 친구를 보면서 부모님이 살아계셔 얼마나 다행인가 고마움을 느꼈다. 모아두었던 용돈을 털어 어머니 양말을 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꽃이 환하게 피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삼남매가 만든 꽃과 큰 언니, 작은 언니가 준비한 카네이션을 달고 부모님은 무척이나 즐거워하셨다. 자식 키우는 보람이라며 아버지는 꽃을 주렁주렁 달고 들일을 하고 나들이를 하기도 했다. 늘 근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였지만 이날만큼은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담장에 지천으로 핀 장미를 꺾어 선생님께 드렸다. 저녁에 장미를 꺾어 대야에 담가두었다가 아침에 달력 종이로 둘둘 말아 교탁에 몰래 같다 놓았다. 친구들에게 들킬까봐 일찍 등교를 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께 이런저런 선물을 드리는데 선물할 형편이 못되는 나는 부끄럽고 속상했지만 마음만큼은 진심을 다했다. 장미를 꺾으면서 가시에 찔리고 긁혀도 선생님이 기뻐하실 것을 상상하면 즐겁고 행복했다.
정말이지 순수했던 때이다. 요즘은 촌지니 과도한 선물이니 하여 스승의 날의 의미조차 무색하게 만들지만 제자가 스승을 생각하고 마음으로 전하는 선물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까지 지나고 나면 끝인가 했는데 부부의 날이다.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부부의 날은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21일로 정했다고 한다. 여러 단체에서 부부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 이날의 의미를 값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마음과 마음을 합쳐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하나로 합쳐 사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인내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한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식들 생각해서 참고 부모 생각해서 한 번 더 견디고 살다보니 황혼이 되고 이제 거리길 것이 없어 이혼하고 싶다는 주변인들의 말처럼 부부간일수록 예의가 절실하다.
남들 앞에서는 인격과 품격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정작 가족들에게는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 부부의 날을 맞아 한 다발의 꽃보다, 진주 보석 같은 선물보다 더 값진 것은 상대방이 무얼 원하는지 그리고 필요로 하는지 알아채고 챙겨주는 일이다. 열 마디의 말이 아닌 진심어린 행동하나가 감동과 신뢰가 됨을 잊지 말아야 가족이 화목하고 모두가 즐겁다. 가정의 달인 오월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