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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처분’ 청소년들의 애절한 사부곡 ‘뭉클’

가족에 대한 원망·그리움·서러움 등 ‘절절’
보는 이들 눈시울 붉혀… 심사위원도 코끝 찡

“아빠가 없었기에 힘들었지만 강인해졌어요. 그래서 그만 미워하려 해요”

수원지법 ‘보호소년 엽서전’


“안녕하세요. 아빠. 저는 둘째딸 ○○에요. 우선 인사를 해야 하는데 살아계신지 몰라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형식상 잘 지내시냐는 말은 해야겠죠?”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지낸 A(18)양이 생사가 불투명한 아버지를 향해 보내는 애절한 엽서의 첫 문구가 보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엄마랑 아빠때문에 세상에 태어났는데 왜 나에겐 엄마 밖에 남아있지 않는 거죠? 매 시간 한 순간을 당신을 미워하고 경멸했어요”라며 서운함과 원망을 나타낸 A양은 “당신이 없었기에 힘들었지만 그러기에 강인해졌어요. 그래서 아빠를 그만 미워하려 해요. 먼길을 돌아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많이 돌아온 만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후회 안해요”라며 용서의 마음을 내비쳤다.

수원지법 갤러리 ‘동행’에 전시돼 있는 A양의 엽서는 수원지법이 마련한 ‘보호소년 엽서전’에서 최고의 감동상을 수상하면서 보는 이는 물론 심사위원들의 코끝도 아리게 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보호소년들은 ‘제6호 보호시설 감호위탁’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로 6호 처분은 보호자나 가족이 없거나 보호자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내려지는 처분으로, 아이들이 써내려간 엽서에는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부러움, 서러움 등이 묻어나와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최고의 명작상을 수상한 B(17)양 역시 “…아빠에게 힘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철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고 그런 저를 위해…모든것을 해주시는데…죄송합니다”라며 “소중한 시간안에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반성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14일 갤러리를 찾은 김모(45)씨는 “문제아라고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스스로가 아닌 환경 때문에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엽서를 읽다 중학생 딸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호용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6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심적 변화가 커진다”며 “이 아이들이 앞으로도 엽서에 적은 마음으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며 현재 A양의 아버지도 수소문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원지법은 오는 17일 수석부장판사를 비롯해 수상자 16명 등이 참석하는 시상식을 진행한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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