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9 (월)

  • 구름많음동두천 26.8℃
  • 구름많음강릉 30.6℃
  • 구름많음서울 27.3℃
  • 구름많음대전 26.6℃
  • 맑음대구 26.7℃
  • 맑음울산 26.5℃
  • 흐림광주 26.7℃
  • 구름조금부산 27.1℃
  • 맑음고창 27.0℃
  • 맑음제주 27.0℃
  • 구름많음강화 26.2℃
  • 구름조금보은 25.3℃
  • 맑음금산 24.8℃
  • 맑음강진군 24.9℃
  • 맑음경주시 28.0℃
  • 맑음거제 27.0℃
기상청 제공

세계적 거장의 ‘한수 지도’젊은 음악가엔 ‘천금 기회’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 의미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경기 리카르도무티 아카데미’를 진행해 젊은 음악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거장의 지휘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휘, 성악, 오페라 코치 부문 15명의 젊은 음악가를 선발해 8일간 리카르도 무티로부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지도받은 뒤 콘서트를 통해 그 결실을 선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에게 이번 아카데미는 각별한 프로젝트였다. 젊은 음악가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사장은 이번 아카데미에 앞서 젊은 음악도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경기영아티스트’를 진행하는 등 인재양성에 힘을 쏟았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대에 한번 서보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음악가에게 사사할 수 있는 기회는 천금같다. 개인적으로 하기 힘든 일들을 국공립문화예술단체가 힘을 실어준다면 제2의 조성진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를 배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젊은 음악가를 지원하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란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작은 시도가 풍부한 음악적 토양을 만드는 발판이 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 것. 실제로 경기영아티스트 1기 멤버인 박진영, 김준호 군은 제71회 프라하 스프링 인터내셔널 뮤직페스티벌 피아노부문 콩쿠르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 도문화의전당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그 연장선에서 마련된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는 도문화의전당의 또 다른 도약을 예고하며 8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도문화의전당, 음악인재 발굴·양성 심혈
‘리카르도 무티 오페라 아카데미’ 기획
아시아 최초 진행… 이탈리아 전통방식 전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8일동안 15명 지도
수료생 “엄격한 옆집 할아버지 같아…
이런 기회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 세계적 거장 리카르도 무티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개최

나폴리 출신 리카르도 무티는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1972~1982),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1980~1992)으로 재직했다.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예술 감독(1986-2005)을 하며, 1987년에는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다. 이 시기 고전부터 현대 오페라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대규모 오페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역대 감독 중 가장 오랜 기간 스칼라 극장을 이끌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매년 객원 지휘를 이어오고 있고, 빈 필하모닉으로부터는 2011년 명예 단원 칭호를 받는 등 인연이 깊다. 2010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였고, 2015년 젊은 음악인 양성에 공헌하고자 하는 뜻을 이뤄 ‘리카르도 무티 이탈리안 오페라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진행된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진행돼 주목을 끌었다.

아카데미를 마친 리카르도 무티는 한국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대단한 열정은 물론이고 오페라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소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실력, 기질적으로도 이탈리아 오페라에 잘 맞는 한국인 성악가들을 여러 작품에서 만났다”며 “한국은 좋은 음악적인 토양과 오페라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고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훌륭한 역량을 가진 음악가들이 더 완벽해질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 8일간의 여정, 관객과 젊은 음악가 모두에게 큰 의미

지난달 21일 리카르도 무티가 참석한 가운데 아카데미에 참가할 수료생 15명을 최종 선발했고 이들은 5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지는 아카데미에서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해석부터 실전 연습을 시작해, 마지막날 아카데미 콘서트 무대에서 배움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특히 아카데미 전 과정을 유료로 공개해 리카르도 무티의 생생한 코치를 일반인들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진행됐다. 베르디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악가인 만큼 다양한 해석이 존재했고, 그 혼란을 바로잡고자 리카르도 무티는 ‘라 트라비아타’를 아카데미 곡으로 선정했다.

리카르도 무티는 토스카니니의 제자였던 안토니노 보토 밑에서 음악을 배웠다. 토스카니니는 베르디가 지휘하던 오페라 ‘오델로’ 첫 공연 반주에 참여할만큼 베르디의 생각을 잘 읽어내고 이해한 음악가였다. 따라서 리카르도 무티 역시 베르디의 의도에 기반한 해석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이탈리아 전통 방식의 오페라 코칭을 선보였다.

베르디의 대표적인 오페라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 최초의 연애 드라마이자 현대극이다. 상류사회 사교계 모임에 동반해 공인된 정부 역할을 하는 여성인 코르티잔으로서 화려한 삶을 살지만 결핵을 앓고 있던 비올레타가 젊은 귀족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차이로 인해 헤어진 뒤 사랑의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연극적인 요소가 많은 이곡은 성악파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헤어짐을 앞둔 주인공 비올레타의 연기를 지도할 때 리카르도 무티는 “좀더 슬프고 애련한 감정을 표현하라”며 감정적인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곡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대해서는 눈물이 날만큼 엄격하게 지적하지만, 긴장한 수료생들을 다독일 때는 옆집 할아버지같은 따뜻한 모습도 보였다.

오전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습이 끝난뒤 오후 7, 8시까지 아카데미를 진행한 강행군임에도 75세 노장의 눈빛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지휘부문을 수료한 조민상 군은 리카르도 무티에 대해 묻자 “엄격한 옆집 할아버지”라고 단번에 대답했다.

음악에 대해선 철저했지만 젊은 음악가에게 용기를 주려는 따뜻한 진심이 느껴졌다는 것.

그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철저히 악보에 기반한 지휘를 하라고 조언했다. 거장의 힘은 단순함이라는 것을 느꼈던 8일이었다”라고 밝혔다.

성악부문 홍주영 양은 “선생님은 이탈리아 사람처럼 말할 것을 강조했다. 부드러운 한국 발음을 딱딱하게 고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고쳐질 때까지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준 점이 인상깊었다”라며 “평생에 한번 만나기 힘든 분에게 음악적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음악가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이런 기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