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을 하다보면 도로에서 겪는 체증은 누구나 경험하는 스트레스다. 특히 매일같이 반복되는 교차로에서의 정체를 경험하면서 운전자나 탑승자 모두 속이 터진다. 더욱이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교차로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고 차가 망가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절반 이상이 교차로 및 횡단보도 지점이다. 특히 교차로가 혼잡해질 때면 서로 먼저 가려고 마음이 조급해져 측면 충돌이나 추돌 형태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또한 커진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지난 2014년 교통사고 피해액은 무려 2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적 피해비용이 가장 많아 15조6천만원(59%)이며, 차량손해와 대물피해비용이 36.3%인 9조6천만원, 사회적 비용이 4.7%인 1조2천만원이다. 이는 전년 24조444억원보다 9.5%포인트 증가한 숫자로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 1천485조780억원)의 1.8%, 국가 전체 예산(274조6천673억원)의 9.7%에 이른다. 2014년 교통사고 사상자는 179만6천997명(사망 4천762명, 부상 179만2천235명)으로 18초마다 1명이 죽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교통사고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교통사고 감소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이러한 때 경찰이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습정체 교차로에 대한 실명책임제가 교차로 교통사고 발생을 절반 이하로 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2월29일부터 효율적인 교통관리를 위해 관할지역 상습정체 교차로 231곳에 전담 경찰관을 지정하는 교차로 실명책임제를 실시해 교통사고 감소와 통행속도 향상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본청과 관할 경찰서 과장·계장, 지구대 및 파출소장, 교통경찰 등 모두 314명을 투입, 3인1조로 상습정체 교차로를 책임지도록 했다.
특히 경찰관들은 출·퇴근시 교통정리와 함께 교통 특성을 파악하고 지자체 관계자·전문가 등과 논의해 정체원인 분석, 개선방안 마련 등의 활동도 벌였다. 이 결과 실제 지난해 3월 한 달간 발생한 교차로 교통사고는 1천461건에 이르렀으나 실명책임제를 실시한 올 3월 교통사고는 747건으로 48.9%포인트나 감소했다. 올 1~2월 두 달간 발생한 2천706건의 교통사고 월평균 사고건수 1천353건과 비교해도 월등히 줄어든 수치다. 게다가 주요 교차로의 통행속도 향상 효과도 가져왔다. 수원 영화초등학교 교차로의 경우 출근시간대(오전 8~9시) 통행 속도가 기존 33.4㎞/h에서 36.9㎞/h로 향상됐으며 성남 분당 벌말교차로는 19.1㎞/h에서 30.8㎞/h로 대폭 향상돼 교통사고 감소와 통행 속도 향상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왔다.
시행 100일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낸 실명책임제는 경찰관들이 발로 뛴 결과다. 어느 기업에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이 걸려 있었건 게 생각난다. 평소 잘 아는 언론계 인사에게도 ‘기사는 발로 쓴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고는 생생한 기사가 나올 수 없다는 거다. 교통공학을 연구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외부기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직접 체험해야 의뢰자 연구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생생한 보고서가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도 이같은 기본에 충실해 직접 현장을 찾으니 교차로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그 개선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교통개선효과가 지속된다면 매연저감, 유류비 절감 등 연간 3천억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가 있을 거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통전문지식을 갖춘 교통경찰관의 특별채용을 늘려 ‘실명책임제’를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아가 경기남부청의 이같은 교통정책은 전국 단위로 확산돼야 한다. 전국 도심에는 수많은 상습 정체구간의 도로와 교차로가 상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