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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통곡의 미루나무, 서대문형무소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끝나고 입추가 지났지만 더위는 가시질 않는다. 이 더위를 피해 떠나는 제2의 휴가시즌은 광복절 연휴가 아닐까한다. 하지만 광복절은 휴가를 떠나기에 좋은 날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광복을 찾은 날로써 본연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 따라서 오늘은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서대문형무소로 여행을 떠나보자.

서대문형무소는 입구에서부터 가슴이 먹먹해진다. 높게 쌓아올린 담도 담이지만 독립운동을 하다가 이 안에서 목숨을 빼앗긴 독립투사들이 한 두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역사관과 중앙사, 옥사, 공작사, 사형장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역사관은 서대문형무소가 만들어지던 때부터 시작해 1987년 서대문형무소로서의 기능을 다할 때까지의 역사를 전시해놓았다. 역사관은 1909년 일제가 사법 및 감옥 업무를 장악하기 위해 강제로 맺었던 기유각서로부터 시작해보자.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문서이지만 기유각서로 인해 일제는 조선에 대한 합법적인 탄압과 명분이 가능해졌다. 기유각서를 지나면 서대문형무소의 조감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 조감도를 통해 현재의 서대문형무소보다 훨씬 더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조감도를 지나 한눈에 봐도 오래되고 낡은 유물들이 눈에 띈다. 수감자들을 감시할 때 사용한 간수들의 의자와 계단 목재, 기재할 곳이 부족했을 것 같은 옥사 명패들은 낡고 초라한 만큼 가슴이 아픈 유물이다.

역사관 2층으로 올라가보자. 2층에서 눈에 띄는 유물은 민속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용수’이다. 원래 용수는 주로 술을 거를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이런 도구가 왜 서대문형무소에 전시되어 있을까? 이 용수는 수감자 이송 시 독립 운동가들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얼굴에 씌웠다. 일반사람들이 독립 운동가들이 잡힌 것을 알고 동요를 일으킬까봐 사용했던 것이다.

역사관 2층의 하이라이트는 수형기록표가 집중되어 있는 방이다. 이곳에 들어가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하나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독립 운동가들의 수형기록표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쉽게 찾아지지는 않는다. 굳이 찾자고 들자면 강우규 선생님과 유관순 열사, 그리고 한용운 선생님 정도이다.

중앙사와 옥사, 그리고 공작사를 지나 사형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사형장을 둘러싼 담을 기준으로 사형장안과 밖이 구분된다. 그런데 사형장 밖에 있는 나무 한그루와 사형장 안에 있는 나무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에 심어진 이 나무들은 토양도 동일하고, 햇살을 받는 위치도 비슷하건만, 사형장 안에 있는 나무는 비쩍 마른 모습에 잎도 몇 개 달리지 않은 앙상한 모습이다. 하지만 사형장 밖에 있는 나무는 나무기둥도 통통하고 잎도 제법 무성한 게 나무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 나무를 이름하여 사람들은 ‘통곡의 미루나무’라 부른다. 옥사에 수감되었다가 어느 날 불현듯 불려나와 통곡의 미루나무 즈음에서 사형장으로 끌려가 생을 마감하느냐 아니냐가 갈린다. 따라서 독립투사들은 사형장으로 끌려들어가기 전 독립된 나라를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한탄하며 이 나무를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이 깃든 나무이다. 독립투사들의 그러한 한들이 쌓이다보니 사형장 안의 미루나무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앙상한 나무로 남게 되었다.

사형장 주변에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투사들을 위한 추모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한여름 냉방은커녕, 한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좁은 옥사에서 제대로 몸을 뉘여 쉴 공간도 없이, 간수들의 눈을 피해 벽을 두드려가며 의사소통을 했던 그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되새기며, 이번 광복절에는 바다로 떠나는 휴가대신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독립투사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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