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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500년 전통, 양동마을을 찾아서 1

 

 

 

문화유산여행을 떠날 때면 문화유산여행지에서 커피 한잔을 하려고 애쓴다. 분위기 좋은 현대식 카페보다는 그 지역의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박한 곳을 주로 찾는다.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나만의 여유시간을 만끽한다. 여행지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하늘을 온 몸으로 느끼고,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도 느껴보는 시간이다. 오늘은 그러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500년 전통의 양동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양동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가 바로 점방이다. ‘점방’이라는 단어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양동점방은 ‘100년이 넘은 양동점방’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나무 푯말이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열 평이 조금 넘는 작은 건물의 양동점방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낡고 초라한 듯 하지만 150년 된 웅장한 고목이 자리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마을임을 실감케 한다.

산비탈의 고즈넉한 풍경과는 달리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을 드나들며 소주 한잔을 기울이시기도 하고, 우리 같은 여행객들의 쉼터이자 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어 마을 사랑방 역할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곳은 ‘양동Bucks’라는 애칭을 달고 있는데, 한 켠에 놓아둔 작은 메뉴판에 적힌 간판 때문이다. 주인장의 센스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양동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양동마을을 느껴보자.

양동점방을 지나서 자연스럽게 눈에 먼저 띄는 곳이 바로 관가정과 향단이다. 관가정은 양동마을의 큰 집들이 대부분 중심통로에서 벗어나 골짜기로 들어가 자리한 것과 달리 마을 입구의 언덕위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보물 제442호로 지정된 관가정은 우재 손중돈이 서백당의 본가에서 분가할 때 지은 집이다. 손중돈은 조선 중종 때의 문신으로 청백리의 대표인물 중 한분이다. 관가정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되어 있다. 계단 끝에 작은 문과 문에 연결된 담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관가정에 들어서면 ‘觀稼亭’이라는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편액이 달린 이곳은 관가정의 사랑채이다. 이곳 사랑채의 사랑마루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도 전망이지만 누가 마을을 다녀가는지, 마을 앞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관가정은 ‘곡식이 자라듯 자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 관가정이 자리한 지리적 위치와 뜻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관가정은 안채와 사랑채 등의 살림채와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와 사랑채는 남녀의 구분이 엄격하던 조선의 유교사회에서는 내외담을 통해 구분되어졌지만 사랑채에 찾아드는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서는 안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면서도 연결해야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시선을 가리면서도 동선은 이어지도록 하는 장치들이다. 관가정에서는 이 장치로 마루가 들어섰다.

관가정을 지나 향단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향단은 양동마을을 대표하는 집들 중 하나이다. 화려한 지붕구조를 가진 향단은 산비탈을 따라 지어져 집의 모양새가 돋보이는 곳이다. 향단이라는 이름은 오래된 향나무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물 412호로 지정된 향단은 이언적이 지은 집이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이언적과 어언괄 형제의 효성과 우애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향단은 양동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느 한옥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어머니가 거처하는 공간이 집 중심에 있으면서 문만 열면 모든 공간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이는 두 형제의 노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에서 비롯된 구조라 할 수 있다.

추석연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이언적과 이언괄 형제처럼 언제어디서나 어머니의 모습을 살필 수는 없겠지만,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과 함께, 멀리 해외가 아닌 양동마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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