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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석굴암에서 부처님을 만나다

 

 

 

불국사와 더불어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석굴암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다녀왔을 곳이다. 올해는 지진여파로 인해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 수학여행을 추억하며 경주 석굴암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석굴암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감탄해마지 않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일치감치 이 석굴암의 가치를 알아본 서양의 황태자가 있었다. 바로 스웨덴의 구스타프 황태자이다. 구스타프 황태자는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신혼여행을 일본으로 왔다가 일본정부의 주선으로 경주로 오게 되었다. 구스타프 황태자는 석굴암의 안부를 조선 땅에 도착해 가장 먼저 묻기도 했으며, 석굴암에 와서는 부처님 무릎에 명주 천을 놓고 만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는 석굴암에 대한 가치를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구스타프 황태자가 귀히 여겼던 석굴암은 경주 동쪽에 있는 토함산 정상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이 토함산은 신라인들이 동악이라 부르며 신성시 하던 산이었다. 창건할 당시에 석굴암의 원래 이름은 석불사였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 석굴암으로 불리기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석굴암에 가기 위해서는 석굴암 바로 앞까지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참을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야만 비로소 석굴암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처음 몇 분간은 계속 이어지는 산길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금새 고요한 이 길에 적응이 되어진다. 이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보면 갑자기 큰 광장이 나오고 그 위로 작은 집 한 채가 보인다. 각종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사진과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기대로 여기를 찾아오면 작은 집 한 채만 덜렁 있는 이 모습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석굴암은 이 작은 집 안에 자리하고 있다. 집안에 석굴이 있고 그 석굴에 아름다운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석굴암은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각형의 앞방과 원형의 뒷방이다.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곳이 원형의 뒷방이다.

석굴암의 주인공인 부처님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이 부처님이 과연 돌로 만들어진 것인지 의심할 정도로 부드럽고 세심한 손길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근엄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의 부처님은 붓다가 깨닫기 하루 전날의 역사적인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땅의 신을 불러내어 악마를 항복시키는 항마촉지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처님의 머리 위로는 돔형식의 천정이 있고, 그 천정 한가운데에 연꽃 모양의 돌을 중심으로 돌과 돌 사이에 쐐기돌을 박아 돔의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눈길이 가는 것은 한가운데 3조각으로 깨어져 있는 연꽃모양이다. 왜 깨어져 있을까? 석굴암을 지을 당시 깨어진 돌을 끼워 맞춘 것일까? 아니면 끼워 넣었는데 깨어진 것일까?

삼국유사에는 공사를 하는 마지막에 이 돌을 올려놓다가 깨뜨리고는 상심하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천신이 내려와 그 돌을 깨진 채로 올려놓고 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깨어진 돌을 올려놓은 셈이다. 부처님 주변으로는 보살과 제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마치 부처님을 찬미하고 설법을 듣고 있는 모습과 같다.

지금 석굴암에 가면 부처님이 계신 곳은 유리창으로 막혀 있어 그 내부를 직접 보기는 어렵다. 박물관의 전시관처럼 유리창 너머의 부처님만 뵐 수 있을 뿐이다. 유리창으로 가로막혀 있는 이유는 습기를 제거해 석굴암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일제강점기에 발견된 석굴암은 잘못된 보수작업으로 습기가 생기기 시작해 지금은 인공제습장치까지 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굴암은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다. 비록 유리창너머의 부처님이지만 부처님을 뵙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인파에 흔들리지 말고 조용히 부처님과의 독대를 청해보자. 뜻밖의 위안과 삶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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