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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촛불집회 속 서촌을 가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이 촛불로 뒤덮인다. 사상 최초로 청와대 100m 앞인 효자치안센터까지 집회행진이 허용되었다. ‘어디까지 집회행진이 허용되는가’라는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효자동 주민센터와 효자치안센터는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다. 이 두 곳은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이 일대는 우리에게 ‘서촌’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겨울의 추위도 날려버릴 촛불집회의 현장인 서촌으로 기행을 떠나보자.

서촌에는 조선시대부터 많은 문학인과 예술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서촌기행은 경복궁역에서 마을버스 9번을 타고 종점까지 이동해 수성동계곡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종점에 다다르면 커피와 생수를 하나 사들고 수성동 계곡을 오른다.

수성동계곡은 조선시대에도 여름에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선비들은 이곳에서 탁족회(濯足會)를 하면서 휴양을 즐겼다. 그렇지만 수성동계곡은 무엇보다도 겸재 정선의 산수화 ‘수성동’에 등장해 더 유명하다. 시대가 변하고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정선의 그림 속 풍경과는 동일하지는 않지만 장대석을 두 개 맞댄 돌다리는 정선의 그림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현재 놓여 있는 돌다리가 정선 그림 속의 돌다리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수성동계곡을 오를 때는 겸재 정선의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된다.

수성동계곡을 내려와 윤동주 하숙집터로 향한다. 서촌에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이 있었다는 것이 서촌이 좋아지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별 헤는 밤’은 학창시절 열심히 암송하던 시였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은 서울 종로구 누상동 9번지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고, 현재 있는 집의 벽에 ‘윤동주 하숙집 터’라는 작은 표지판과 태극기만이 붙어 있을 뿐이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시절 이 곳에서 하숙을 했는데, 그가 이 집에서 하숙을 한 이유는 자신이 존경하는 소설가 ‘김송’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동주의 대표작인 ‘별 헤는 밤’도 바로 이 시기에 씌었다.

윤동주 하숙집 터 앞에서 그의 대표작인 ‘별 헤는 밤’을 가만히 읊조려 본다. 윤동주 시인이 이 시를 짓기 위해 산책을 하고 거닐며 쳐다보았던 하늘이 바로 서촌의 하늘일 것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박노수 미술관으로 향한다. 현재는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구립 미술관이지만 박노수 화백이 2011년도까지 거주하였던 박노수 가옥이다. 박노수 가옥은 정원이 특히 눈에 띄는데 박노수 화백의 정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박노수 가옥의 정원에는 나무도 나무이거니와 다양한 정원석들을 만날 수 있다. 박노수 화백의 친구들은 ‘돌장수 집 같다’로 놀리기도 했다지만, 맘에 드는 정원석을 들여놓기 위해 고심했을 박노수 화백을 만나는 느낌이다.

다음은 이상의 집으로 향해보자. 이상의 집은 ‘오감도’, ‘날개’로 유명한 이상이 23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조그마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어 이상과 관련된 도서와 관련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어, 누구라도 자유롭게 사랑방처럼 이용할 수 있다.

다음은 노천명 가옥으로 향한다. 노천명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우리들 기억 속 저편에 잠시 묻어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의 대표 시를 들어보면 ‘아하!’ 하고 무릎을 탁 칠 수도 있다. 바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하는 ‘사슴’이다. 노천명 시인은 이 가옥에서는 사망할 때까지 8년 정도를 살았다. 이곳은 서촌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한옥으로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금의 서촌은 매일 매일이 변화무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 시절을 추억하고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촛불집회 참석차 광화문을 찾았다면 서촌을 한 번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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