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6대 사회악으로 척결대상
1980년대 만화심의기준 완화
1990년대 청소년보호법 제정
이두호 ‘객주’ 등 유해만화 판정
끝나지 않은 검열의 역사
2011년 문체부 장관상 수상한
정연식의 ‘더 파이브’
방통위 유해매체물 지정 해프닝
■ 한국만화박물관 ‘빼앗긴 창작의 자유’展 7월 9일까지
한국 만화의 역사는 1909년 대한민보에 연재된 이도영의 삽화에서 시작됐다. 세태에 대한 풍자, 민중에 대한 계몽을 담아냈지만 이러한 이유로 삭제된 채 발행돼야 했다. 2004년 문화일보에 실린 이재용 화백의 신문만평은 4회 가량이 누락됐다. 막말정치로 돌아가는 세태를 풍자하고,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집회가 보수단체에게만 허용되는 점을 꼬집은 내용을 담은 만평이었다. 이도영의 삽화와 이재용의 만평은 100여년의 간극이 존재하지만, 만화를 대하는 권력층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만화는 권력층의 감시와 검열속에 100여년을 버텨내며 발전해왔다.
한국만화박물관은 한국만화가 겪었던 검열의 역사를 다룬 ‘빼앗긴 창작의 자유’ 전시를 개최,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대면함으로써 더욱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1층 로비와 제2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각각 ‘검열의 시간’, ‘빼앗긴 창작의 자유’ 파트로 나뉜다.
대한민국의 만화는 1909년 이도영의 삽화를 시작으로 195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만화방이 확대되며 만화가 일상적으로 소비된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만화전문 출판사와 작가, 작품의 확산이 이뤄졌고 이에 따른 만화의 질 저하가 문제시되면서 만화는 6대 사회악으로 척결대상이 됐다.
이후 불량만화 소각운동, 만화원고 사전검열 등 만화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지만 1980년대 정치민주화로 만화심의기준이 완화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들어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불량만화로 정의된 1천700여종 510만권의 만화가 청소년유해만화로 판정됐다.
그 안에는 이두호의 ‘객주’, 허영만의 ‘닭목을 비틀면 새벽은 안온다’, 일본만화 ‘짱구는 못말려’가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검열의 시간’ 섹션에서는 권력층을 비판했거나 혹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감시의 대상이었던 한국 만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만화가 어떤 이유로 검열의 대상이 됐는지 각각의 만화를 통해 소개한다.
국제신문에 연재된 안기태의 시사만화 ‘피라미’는 네 컷 중 세 번째 컷 대사가 삭제된 채 나갔는가 하면, 내용상의 이유로 대사가 없이 그림만 나간 시사만화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등장인물의 눈밑에 그려진 그늘이 우울하다는 지적으로 수정했는가 하면 황미나 작가는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한국작가의 작품일리 없다”는 이유로 일본만화를 베꼈다는 오해를 받은 일화를 소개한다.
검열의 역사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정연식의 ‘더 파이브’는 이듬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는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시는 한국만화가 겪은 검열의 역사를 다루지만, 비단 검열의 칼끝이 만화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권력층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은 만화의 역사를 통해 빼앗긴 자유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 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7월 9일까지 이어진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