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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서울한양도성, 낙산을 거닐다 2탄

 

 

 

장마철이기는 하지만 비보다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여름엔 역시 시원한 맥주가 일품이다. 그래서일까 낙산 구간을 거닐다보면 가끔은 성곽위에 올라앉아 일명 ‘치맥’을 즐기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이다. 성곽위에 올라앉아 ‘치맥’을 즐기는 것은 반갑지 않지만, 그래도 성곽을 찾아준 것만은 분명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지난 여행에 이어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을 여행해 보자.

이화마을 지나 홍덕이 밭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낙산과는 어떤 인연이 있어 이곳에 ‘홍덕이 밭’이라는 이름의 밭이 자리하고 있을까. 홍덕이 밭에 대한 이야기는 효종임금이셨던 봉림대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조의 삼전도에서의 항복이 있은 후 봉림대군은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비록 왕자의 신분이라고는 하나 고국을 등지고 먼 타국에서 보내는 청나라생활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봉림대군은 홍덕이라는 나인이 담가준 김치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날마다 김치를 담가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것을 보면.

홍덕이가 담가 올린 김치가 정말로 맛이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봉림대군은 홍덕이의 김치에서 고향의 향수를 느꼈을 수도 있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후에도 봉림대군은 그 김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낙산 중턱에 채소밭을 홍덕이에게 주어 김치를 담가 올리도록 했다. 물론 지금 자리하고 있는 홍덕이 밭 위치가 옛날 그 ‘홍덕이 밭’은 아니다. 낙산 아래 동숭동에 있었던 밭으로만 알려져 있고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봉림대군이 드셨던 ‘홍덕이 김치’맛을 상상하며 낙산정으로 자리를 옮긴다. 낙산정은 낮에 와도 좋지만 밤에 오면 더 좋다. 서울 도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도심전망을 하면서 볼에 스치는 바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너나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낙산정에서 조금 쉬었다면 다시 힘을 내서 성곽 길로 올라본다. 조그마한 암문을 통과해 성곽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울한양도성을 여행할 때의 재미 중 하나는 내가 서있는 이곳이 성곽 안일까? 밖일까? 하는 것을 맞혀보는 것이다. 맞히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맞거나 틀리거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그 옛날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은가!

암문을 통과해 성곽 밖으로 나오면 장수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60세 이상의 어르신 인구가 많다. 성벽을 끼고 있는 마을로 뉴타운 예정지였으나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해 재개발 대신 마을 재생사업을 펼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아있게 되었다.

장수마을은 이화마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어려서 살았던 동네에 온 기분이 든다. 장수마을에는 장수마을 박물관을 비롯해 장수마을 사랑방, 전봇대 골목 등 옛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골목곳곳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 평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다. 할머니 평상을 마주하면 아주 어렸을 적 마당에 놓여있던 평상으로 추억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장수마을은 바쁜 일상에서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을 때 찾으면 더 좋은 곳이다.

장수마을에서 혜화문까지 이어지는 성곽 길은 낙산 구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다. 특히나 세종 때의 도성축조 구간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어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되는 그런 구간이다.

서울 한양도성의 축조는 태조·세종·숙종·순조 네시기로 확인되고 있다. 처음 태조 때의 도성축조는 자연석을 툭툭 쌓아올린 모양이며, 세종 때는 메주모양의 성돌을 차곡차곡 쌓은 모양이다. 숙종 때는 가로세로 40~45㎝네모 반듯한 성돌 모양이며, 순조 때는 가로세로 60㎝ 정사각형의 성돌로 성곽을 축조하였다.

성곽을 이루고 있는 성돌 모양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서울한양도성 낙산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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