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하대에 따르면 민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2주 간격으로 관악산 일대를 찾아 꿀로 나뭇잎 뒷면에 임금 ‘왕’자를 써두고 곤충의 섭식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어떤 나무에서도 ‘왕’자가 새겨진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민 교수는 “특히 위(爲)’는 12획으로 모양이 복잡하며 ‘주초위왕’ 네 글자를 쓸 만한 크기의 나뭇잎이 드물어 곤충의 섭식을 통해 글자를 만들기는 어렵고 곤충이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짧아 인위적으로 글자를 만들어 낼 확률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박각시나방은 유충으로 있는 기간이 1년 중 20~30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 교수의 연구 논문 ‘Validation of 走肖爲王: Can insects write letters on leaves?’는 ‘곤충학연구(Entomological Research)’지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석·박사 과정에 있는 서응(30), 이보라(27·여), 최인수(32) 학생이 함께 참여했다.
한편 ‘주초위왕’ 사건은 지난 1519년 발생한 기묘사화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연려실기술에는 중종 때 조광조(趙光祖)를 없애려는 세력이 궁궐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 곧 ‘조(趙)씨가 왕이 된다’는 의미의 글귀를 써 이를 벌레가 파먹게 한 다음 중종에게 바치게 했다.
이로 인해 중종은 조광조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여겼고 조광조와 그를 따르는 이들은 사약을 받아 죽거나 귀양을 떠나게 된다.
/윤용해기자 y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