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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열등한 말은 없다

 

조선시대부터 현재 이르기까지
표준어-방언의 대결 역사 그려

일제시대 조선통치 목적으로
조선 지식인은 민족 결집 위해
표준어 연구… 방언 푸대접해

‘전체’ 강조한 박정희정부 이후
사투리는 분열 상징으로 ‘억압’



방언은 해당 지역에서는 일상어로 통용되지만 해당 지역을 벗어나거나, 방송이나 면접 등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격식어로 인정받지 못한다.

나아가 방언은 열등하고 창피한 것, 그래서 감추고 고쳐야 할 것으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표준어를 만들기 전만 해도 서울말과 방언이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 없이 존재했고, 방언은 각 지역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언어로 인식됐다.

이러했던 둘의 관계가 시대에 따라 변화해 때로 표준어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고, 소멸 위기에 처했던 방언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기도 했다.

‘방언의 발견’은 표준어와 방언의 대결구도를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관점에서 추적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방언이 수난만 당해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문화현상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오랜 세월 사투리가 푸대접을 받게 된 데에는 일제강점기라는 쓰라린 역사적 경험의 영향도 크다.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목적으로, 조선의 지식인들은 외세의 침탈에 대항해 민족의 역량을 결집할 목적으로 표준어를 연구했고, 저자는 당시의 신문기사, 법조항 등을 전방위적으로 살펴 이 시기의 표준어 연구가 지니는 복합적인 양상을 포착해낸다.

이어서 박정희 정부가 수립된 후 우리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의 국가정책을 펼쳤고, ‘전체와 통일’이 무작정 강조되던 시기에 사투리는 ‘분열과 비능률’의 상징으로 억압의 대상이 됐다.

저자는 당시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제정한 ‘방송심의규정’, 초중등 교사들에게 제공된 ‘표준어 지도 자료집’ 등을 통해 국가가 시민들의 언어생활에 얼마만큼 통제력을 행사했는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90년대에 들어서면 사투리를 활용한 TV 프로그램이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된다.

저자는 ‘유머 1번지’, ‘한 지붕 세 가족’, ‘응답하라 1994’ 등의 프로그램에서 사투리를 활용해 큰 인기를 모은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대사에서 사투리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됐는지 검토한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사투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화로 ‘황산벌’(전라도), ‘거북이 달린다’(충청도), ‘웰컴 투 동막골’(강원도), ‘지슬’(제주도) 등을 꼽으며 영화대사로 드러난 각 지역 사투리의 특징을 분석하고, 영화와 현실의 괴리를 짚는다.

저자는 표준어든 사투리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언어를 원하는 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하면서, 이러한 바람을 ‘방언 사용권이 존중되는 사회’로 표현했다.

‘방언의 발견’은 우리 사회가 표준어의 유효성을 다시 한번 따져보고, 언어 차별이 없는 동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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