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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과잉국가 ‘일본’ 먼 훗날 우리의 모습

 

일본 주택수 6063만채
세대수보다 16% 많아
30년 노후 분양아파트 급증

매년 13만채씩 ‘우후죽순’
노인 급증인해 보장예산 늘어


일본의 총 주택 수는 2013년 기준 6천63만 채로, 총 세대수(약 5천245만 세대)보다 16% 더 많다.

그런데도 인구 1천 명당 주택 착공 건수는 2014년 기준 영국의 2.8배, 미국의 2.3배, 프랑스의 1.3배로, 유럽, 미국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반면 주택의 수명이 영국은 약 77년, 미국은 약 55년인데, 일본은 30년 정도로 극히 짧다.

인구감소 국가인 일본은 유례없는 주택과잉 국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과잉 사회란 주택 수가 세대수를 크게 웃돌고 빈집이 늘어나는데도 거주지가 아닌 땅들을 무분별하게 택지로 개발해 주택을 대량으로 신축하는 사회를 말한다.

도시공학 박사이자 도요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노자와 치에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일본이 인구감소 시대에도 고도성장기의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구 증가와 도시의 확산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던 고도성장기의 패러다임에서 정부와 업계 모두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를 통해 주택과잉사회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어떻게 이러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지 밝힌다. 저자가 일본의 사례에서 염려하는 부분은 건설한 지 30년이 넘는 노후 분양 아파트(일본의 ‘맨션’)가 매년 13만 채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동의 건물에 수십 명, 수백 명의 소유자가 있으므로 개보수가 필요하거나 리모델링, 재건축 시점이 됐을 때 수많은 소유자들이 합의를 도출하고 비용을 각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을 할 때 건축비를 상쇄하려면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추가로 건설된 주택을 팔아야 하나 정부가 용적률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주택과잉 상황에서는 누구나 선호하는 입지가 아니라면 추가된 세대수를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기존 주택의 재건축률은 지난 수년간 10%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대부분의 노후주택은 재건축되지 않고 빈집이 된다. 재건축 시점에 이르기 전에도 총 가구수가 많은 대규모 아파트일수록 관리비를 체납하는 가구 비율이 높고, 500가구가 넘는 경우 체납 주택이 총 가구 중 1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초고층 아파트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일본에서는 고도성장기 주로 건설한 초등학교, 주민센터(일본의 ‘공민관’), 도로, 다리, 상하수도 시설 등 공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했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사회보장 예산은 급증한 반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세수가 감소하여 기존 인프라를 갱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인구 과밀화를 부르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원래 주택이 없었던 교외와 농지에 무분별하게 거주지가 확산하면서, 새롭게 개발한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쓰레기 수거, 방범 활동 등의 공공 서비스를 추가해야 하는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주택건설업과 부동산 경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 유달리 짧은 주택 수명, 외곽 신도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택 과잉 사회의 흐름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가 닥쳐올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주택 과잉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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