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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그 후의 날들

 

 

 

그 후의 날들

/김왕노

난 짱돌 하나 움켜쥐고도 던지지 못했다.

움켜쥐었을 뿐이면서 사생결단으로

사수한다고 내가 던지지 않았으면

누가 던졌나 반문하며 비굴을 포장했다.

나란 저절로 굴러온 호박씨나 깠다.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거짓으로

이미 투사가 된 영웅담을 늘어놓고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밤

먼 별 하나가 흐느끼는 소리 들었다.

내가 호박씨를 까먹고 뱉은

이름 하나 외딴 별로 울고 있었다.

- 김왕노 시집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중에서

 

 

 

 

투사처럼, 짱돌 하나 움켜쥐고 지켜내겠다던 내 사랑은 지금 어디서 울고 있을까. 내 왕성한 생명력으로 팔월의 태양처럼 어둠을 화형하겠다던 내 정의(正義)는, 한겨울 북벌(北伐)을 향해 말 달리듯 생활의 증오들을 몰아치자는 내 혈기는, 내 노래는, 어디서 흐느끼고 있을까. 내가 호박씨나 까듯 과장된 영웅담이나 늘어놓고 있을 때, 나를 애타게 부르던 별똥별이나 땅강아지나 풀꽃의 짧고 서러운 생들은 어디로 멀어져가고 있었을까. 내가 사생결단으로 사수하고자 했던 나의 꿈, 나의 나라는, 어디서 외딴 별이 되어 울고 있을까.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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