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의 애도 물결 속에 분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의 한 경찰관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9일 경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러한 상황을 불러온 요인을 조목조목 정리했다.
경찰관 폭행 등 공권력 무시 행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경찰 직무집행에 관한 법·규정의 비현실성, 사건 현장 초동대응을 담당하는 지역 경찰(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 등을 엄정한 법 집행의 걸림돌로 제시했다.
글쓴이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대항해도 법원에 가면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며 “이유는 모르겠으나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국민 법 감정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 동료들은 우스갯소리로 ‘범인은 권총을 쏴 잡지 말고 던져서 잡으라’는 말을 한다”며 “현장은 긴박한데 어떻게 각종 매뉴얼을 100% 준수하면서 범인 검거나 제압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2만원, 3만원 등 하한선을 의무적으로 걷고 그 이상은 자율로 모금이 이뤄져 유족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면 좋겠다”는 글에는 공감한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전국 경찰관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전국 경찰관들은 검은 리본을 달자”는 등 애도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도내 한 지구대 경찰관은 “경찰 한명이 500명이 넘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도 대부분 묵묵히 일하면서도 언제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도 많다”며 “경찰관 폭행이나 폭언은 기본이고, 정상적인 직무집행이라 해도 민원이라도 생기면 또 각종 징계에 시달려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해결돼 최전선의 공권력인 경찰이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도 이날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히면서 현장 경찰관들의 안전한 법 집행 보장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직무집행 과정에서 범인 피습으로 순직한 경찰관은 3명, 범인과의 격투 등 과정에서 부상해 공상 처리된 경찰관은 2천575명에 달한다.
/조현철 기자 hc1004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