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오는 9월 16일까지 국제협력전 ‘다툼소리아’를 개최한다.
‘다툼소리아’는 정보를 뜻하는 데이텀(datum)과 감각을 뜻하는 센서리아(sensoria)의 조합어로, 21세기 정보시대에 현실과 가상 사이에 새로운 인지의 공간이 창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백남준, 중국의 류 샤오동, 독일의 카스텐 니콜라이가 참여한 전시는 포스트 디지털시대의 데이터 환경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융합되고 인간의 감각들을 변화, 확장시키는지를 미술작품을 통해 알아본다.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예술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이 작업한 4개의 작품을 통해 변화하는 데이터 환경으로 인해 달라질 인간의 삶을 예측한 예술가 백남준의 시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징기스칸의 복권’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로봇으로 실크로드가 전자 고속도로로 대체된 것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20세기의 징기스칸은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잠수 헬멧으로 무장한 투구와 철제 주유기로 된 몸체와, 플라스틱 관으로 구성된 팔을 가지고 있다.
자전거 뒤에는 텔레비전 함을 가득 싣고 있으며, 네온으로 만든 기호와 문자들이 텔레비전 속을 채우고 있다. 네온 기호들은 지식과 정보들이 코드로 변환돼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백남준은 이 작품을 통해 교통, 이동수단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거나 지배하던 과거에서, 거리와 공간의 개념이 없어지고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새로운 미래가 올 것을 예견한다.
중국 작가 류 샤오동은 현대 중국의 삶을 대형 화폭에 옮기는 사실주의 화가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카메라로 캡처한 풍경을 데이터로 변환해 그림으로 그리는 로봇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용인과 전남도청의 풍경을 담아 전시장에서 직접 로봇이 그리는 작업을 기획, 달라진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인해 우리의 지각 체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 지 담아낸다.
작가는 “객관적인 사실을 담아내고자 로봇을 이용한 작업을 기획했으며, 손으로 그린 듯 흔드리는 표현을 더해 로봇이지만 인간이 그린 것 처럼 보일 수 있도록 했다”라며 “이 작업을 통해 앞으로 기계와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공존해나갈 지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작가 카스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는 음악, 미술, 과학을 넘나드는 변환적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음악가이다.
그의 ‘유니테이프’(2015)는 초기 컴퓨터 시대의 천공카드를 암시하는 시각적 구조와 인식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작품이 연출하는 완전무결한 이미지와 사운드는 알고리즘의 순수한 수학적 정밀함을 담고 있다.
소리가 완전한 감각적 몰입을 만들어내기 위해 울려 퍼지는 동안, 데이터의 물질성은 형상의 영역을 무한한 깊이와 넓이로 확장시키며 프로젝션을 통해 나타나고 양 옆에 배치된 거울에서 고조된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제2전시실에서는 ‘현재의 가장자리’ 전시가 이어진다.
백남준아트센터,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CAC), 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ZKM)가 신진 미디어 작가 발굴을 위해 협력한 이번 프로젝트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김희천(한국), 양지안(중국), 베레나 프리드리히(독일)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