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의 보급으로 인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데이터의 힘을 체험하고 있다.
다차원적인 정보 수집이 가능한 빅 데이터 시대에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예측이 가능해졌고 인간의 외양, 동작, 표정은 물론 심리와 감정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결합은 점차 인간을 소외시키고, 개개인의 일상생활을 현미경처럼 분석해 표적화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를 찾아내 사법 판단의 증거로 활용하고 있어 인간이 데이터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IT업계의 이론과 정책을 연구하고, 기획한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이터를 철학하다’를 펴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빅 데이터, 알고리즘, 인공 지능의 틈바구니 속에 살아가야 할 인간이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시나리오를 다양한 이론과 탄탄한 분석을 통해 모색한다.
‘1부 데이터의 탄생’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대한 신화를 깨뜨린다.
데이터는 시대에 따라 그 정의와 범위가 달라져 왔으며, 관찰자의 관점과 목적에 따라 데이터의 내용이 바뀌거나, 왜곡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2부 정보의 지도’에서는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재생산해 내는 다양한 방법론(스캐닝, 모니터링, 개관, 연구)을 살펴보고 데이터의 가치도 결국은 인간의 주체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3부 지능의 미래’에서는 신이 내린 인간의 선물로 불려온 지능의 실체를 탐구한다. 인공 지능의 가능성이 피부로 와 닿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능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파리지옥 실험에서처럼 넓은 의미의 지능(개체의 삶 안에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라고 저자는 밝힌다.
마지막 4부 ‘지혜의 시대’는 빅 데이터와 인공 지능 기술의 발달과 규제에 따라 펼쳐질 4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인공 지능의 개발이 인간의 지능과 거의 유사하게(특이점 돌파) 발달하지는 못한 상태에서 인공 지능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 특이점은 돌파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공 지능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규제는 이뤄지지 않는 경우, 뇌과학과 인공 지능이 상호 상승 결합하면서 특이점을 돌파하고, 그렇게 탄생한 초지능은 생태계의 자정 기능과 제도적 규제에 의해 그 위험과 부작용이 통제되는 경우다.
끝으로 인공 지능을 가진 수퍼 컴퓨터가 특이점을 돌파하고, 이를 제어하거나 통제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없거나 초지능에 의해 무력화된 경우를 제시하며 저자는 빅 데이터 시대에 인간이 주인공으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인간 중심의 데이터 담론이 탐구되고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