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까지 회고전 개최
청년시절 아픔·울분 그대로 투영
삶의 여정 따른 작품 변화
4부로 나누어 소개 전시
스승 김환기 영향 묻어난
1960년대 ‘드로잉’ 보여줘
‘다색’ 제작 이후 최초 일반 공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오는 12월 16일까지 한국 단색화의 거목(巨木) ‘윤형근’ 회고전을 개최한다.
1928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윤형근(1928~2007)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했던 역사적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1947년 서울대학에 입학했으나 미군정이 주도한 ‘국대안(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류 조치 후 제적을 당했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는 학창시절 시위 전력(前歷)으로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당할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기도 했다.
유신체제가 한창이던 1973년에는 숙명여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중앙정보부장의 지원으로 부정 입학했던 학생의 비리를 따져 물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후 만 45세가 돼서야 작품 제작을 시작한 윤형근 작가는 청년시절 경험했던 시대적 아픔과 울분을 작품에 투영했다. ‘천지문(天地門)’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면포나 마포 그대로의 표면 위에 하늘을 뜻하는 청색(Blue)과 땅의 색인 암갈색(Umber)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정색’을 큰 붓으로 푹 찍어 내려 그은 것들이다.
제작 방법에서부터 그 결과까지 모두가 단순하고 소박한 이 작품들은 오랜 시간 세파를 견뎌낸 고목(古木), 한국 전통 가옥의 서까래,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흙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전시는 윤형근 작가의 삶의 여정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4부로 나눠 소개한다. 1부에서는 작가의 작업 초기, 스승인 김환기(1916~1974)의 영향을 보여주는 1960년대의 드로잉과 작품들이 전시되며 2부와 3부에서는 다양한 색채에서 출발했던 그의 작업이 역사와 부딪혀 순수한 검정에 도달한 상태를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색채인 청색과 암갈색이 섞인 ‘오묘한 검정색’이 담긴 ‘청다색’ 연작을 시작으로, 2000년대 말년 작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작이 엄선됐다.
특히 1980년 6월 제작된 작품 ‘다색’은 피와 땀을 흘리며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에 대한 헌사로서, 제작 이후 단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다가 이번 전시에 최초 공개된다.
8 전시실은 서교동 작가의 아틀리에에 소장돼 있던 관련 작가의 작품(김환기, 최종태, 도널드 저드 등)과 한국 전통 유물(고가구, 토기, 도자기 등)을 그대로 옮겨, 작가의 정신세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작가의 일기와 노트, 사진 자료들도 공개된다.
한편 배우 지진희씨가 이번 전시의 특별 홍보대사를 맡아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윤형근 작가의 극적인 삶과 작품의 여정을 들려준다.
오디오 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문의: 02-3701-9500)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