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약 3분의 2는 물로 이뤄져 있으며, 분자의 수로 따지면 몸의 99퍼센트가 물 분자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물은 생명의 중심에 있으며 물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는 물이 고체인 얼음, 액체인 물, 기체인 수증기 이렇게 세 가지 상으로 존재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상만으로는 다양한 물의 현상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물 과학자 제럴드 폴락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형태인 ‘배타 구역(exclusion zone)’이라는 네 번째 상을 제시한다. 폴락은 ‘물의 과학: 물의 궁극적 실체를 밝히는 과학 여행’에서 물의 네 번째 상인 배타 구역을 소개하고, 배타 구역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그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물의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물의 네 번째 상에 ‘배타 구역’이라는 이름이 붙인 이유는, 다른 물질과 잘 섞이는 일반적인 물과 달리 다른 물질을 배제하는(exclusive)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물은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배타 구역의 물은 음성을 띤다. 배타 구역은 일반적인 물보다 안정하고 조직화돼 있다. 배타 구역의 형태는 액체와 고체의 중간으로, 얼음처럼 딱딱하지 않으며 마치 점성이 높은 액체처럼 행동한다.
저자는 물의 네 번째 상인 배타 구역을 도입해 ‘물은 100미터가 넘는 나무 속을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까? 파도는 어떻게 지구 몇 바퀴의 거리를 돌 수 있을까? 99퍼센트 이상이 물로 된 푸딩은 어떻게 흐르지 않고 뭉쳐 있는 걸까?’와 같이 지금껏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물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그 밖에도 관절이 삐걱거리지 않는 이유, 얼음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이유,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 건설에 필요한 거대한 바위를 자르는 과정, 나무뿌리가 콘크리트 인도를 부수는 과정, 견과류에 들어 있는 배아가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과정 등을 배타 구역이 형성될 때 방출되는 양성자의 힘 등을 책을 통해 알려준다.
또한 배타 구역이라는 개념이 낯설 독자들을 위해 일러스트, 사진, 그래프, 동영상 링크 등을 가득 실어 시각적 이해를 돕는다. 일러스트와 사진을 통해 동료들과 직접 수행한 실험의 도구와 방식을 자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독자들이 실험 결과를 직접 분석해볼 수 있도록 pH 색상 막대, 적외선 사진, 그래프 등을 그대로 실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