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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炭)

/이시경

불벼락으로 원시계곡이 불탔다

새끼를 부르는 어미의 손을 놓고 새까맣게 울었다

수직의 사슬을 끊으니 새가 되었다

시공을 넘어 초원 위로 검정말들이 달린다

사자에게 물어뜯기는 아픔 속에서도 슬프지 않았다

동굴 벽 위에서 들소가 뿔을 치켜든다

나를 검다고 깔보지 마라

서걱서걱 한 꺼풀씩 몸을 주고 영생을 얻었다

다이아보다 빛났다
 

 

 

 

 

 

 

 

 

 

 

 

 

 

 

 

 

종교신화적 관점을 떠나, 최초의 생명혼(목숨+넋)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수십, 수백억 년이라는 천문학적 시공간이라면 우연에 의해서라도 생명혼이 탄생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형성될 수 있지 않았을까.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생명혼의 모태는 물질일 수 있겠다는 말이다. 양자론적 측면에서라면, ‘우리’의 기원(起源)이라는 것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有의 사슬을 끊어 無에 가까워진 미시세계의 물질일 수도 있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탄(炭)이라는 물질이 되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생명으로 부활할 수 있는 영생을 얻은 것일 터, 그것이 ‘인간’인 우리로 재탄생된다면 이보다 큰 축복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이미, 다이아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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