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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자칼의 언어, 기린의 언어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5만 여명을 대상으로 ‘2018년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1.5%로, 작년보다 0.5% 증가하였고, 피해유형은 언어폭력 34.7%, 집단따돌림 17.4%, 스토킹 12.2%, 사이버 괴롭힘 11.3% 순으로 나타났다. 폭력 이유는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 장난으로, 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장난 같은 폭력으로 누군가는 상처를 받아 비극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위기지원단을 조직,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고 있으나 더 세심한 대책과 지원이 요구된다.

학폭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 조치 등을 심의하기 위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두지만,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 재심청구 등으로 학교가 홍역을 앓고 있다.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는 교육과정운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국 교실을 떠나는 선생님들이 생긴다. 교사가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진다. 교사의 상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에 교권을 보호해주는 사회적 인식이 절실하다. 학교에서는 학폭사안을 다른 기관에서 맡아야 한다고 하지만, 교육적 접근이 아닌 법적 접근이기에 교육적이지 못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교육적 접근,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교육만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고, 교육을 통해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인간존재와 삶에 대한 의미를 성찰하고 사유하는 공간이며, 우정관계를 통해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해 주는 곳이다.

Z세대는 밀레니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인터넷 문화 영향으로 요약·함축어 사용이 습관화 된해 그들의 언어를 ‘급식체’라고도 부른다. 즉, 학교급식세대들이 주로 쓰는 문자체를 말한다. 댕댕이(멍멍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늘) 등의 신조어가 그 예다. 그들 중 70%가 하루 종일 100번 이상의 욕설을 내뱉는다고 한다.

하지만, 욕설 자체만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욕의 기능중 하나는 개인이 느끼는 유·무형의 압박을 언어로 내뱉음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욕 문화의 관건은 욕 자체가 아닌 욕설이 사용되는 ‘맥락’이기에 욕이 어떤 동기와 관계에서,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사용되는가를 살펴 언어폭력 환경에 노출된 학생들을 도와야 한다. 욕설은 또래 내의 관계에서만 자주 나타나고, 또래 외의 관계에서는 잘 발화되지 않는다. 그들도 욕이 나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Z세대들이 쓰는 언어도 한글파괴라는 이유로 무조건 못쓰게 하거나 비판하기보다 함께 공감해 나가며 맥락을 살펴 주되, 우리말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먼저다.

부처가 길을 걷는 데 어떤 깡패가 욕을 했다. 부처는 “그대에게 떡을 주고 싶은 데,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상대에게 욕을 해도 받지 않으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누워서 침 뱉기’란 의미였다. 다행히 부처의 말을 듣고 깡패는 깨달음을 얻었다.

정말 미워 욕하고 싶거든, 쌍욕들을 모두 모아 놓았다 생각하고, 그 친구를 가리키며, “길동아, 너, 욕!”이라 말하면 어떨까? 어이없어 서로 웃다가 금방 화해할 것이다. 욕하는 사회, Z세대의 축약어를 비판할 게 아니라, 사용되는 맥락을 살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왜 게으르게 잠만 자냐?”라는 비난성의 자칼언어보다는 “오후 1시에 일어났네?”로 ‘관찰’한 것을 말하고, 인사 안 하는 딸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서운한데”라고 ‘느낌’을 말해보자. “딸이 인사 좀 잘 했으면 좋겠어”라고 ‘욕구’를 말하고, “그러면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와 같이 ‘부탁’의 순으로 ‘관찰, 느낌, 욕구, 부탁’ 등 기린의 언어로 말하면 훨씬 관계가 부드러워진다.

욕을 내뱉음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얻기는 어렵다. 악플, 언어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유로운 비판보다 헐뜯고, 욕하는 자칼의 언어로 가득하다. 폭력적인 자칼의 언어를 멈추고, 사랑이 가득한 기린의 언어로 대화함으로써 서로 새롭게 바라보고 존중하는 관계로 일상의 언어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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