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仁松시선]다문화 사회로 가는 지혜

 

 

 

인천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한 중학생이 4명의 동급생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다가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러시아인 어머니가 홀로 키우던 아이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러시아인, 아버지는 한국인인데 지금 이혼한 상태이기 때문에 러시아인 어머니하고만 살고 있는 상태였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한다.

몇 년 전 신문에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

“불을 지른 뒤 쾌감을 느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오던 10대가 주택가에서 잇따라 불을 지르다 경찰에 붙잡힌 후 한 말이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정 군은 경찰에서 “(혼혈이란 이유로) 항상 반쪽밖에 인정을 못 받는 느낌이었다”며 그는 “불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고 즐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일어나선 안 될 불행한 사건이지만 중요한 것은 엄연히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개천에서 용 못 나온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부모 경제력이 뒷받침 안 되면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세태가 되었다. 그런데 용이 안 나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개천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무기들이 용을 그대로 바라만 보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그러면 용이 된 이들은 그들만의 성찬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마음 편안하게 담장 높이 안 쌓고 살 수 있으려면, 곳곳에 카메라 설치 안 하고 살 수 있으려면, 혼사 앞둔 딸이 늦은 밤에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으려면, 용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평생 보디가드들을 두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서 이야기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도 그렇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새터민이 그렇고 같은 한민족인데도 살던 나라에 따라 누구는 교포로 부르고 누구는 조선족으로 폄하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한국정부가 목메어 부르짖고 있는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면 우리는 모두 행복할까. 불행하게도 행복한 이들과 불행한 이들이 중간 완충지대 없이 서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중산층 붕괴는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또한 경제성장이 곧 복지국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회통계학적으로 범죄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경제 불평등과 복지투자 비율이다. 미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넘으면서도 세계 최고 범죄국가로 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웬만한 중소 도시 어디를 가도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안산은 이미 국제화 도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가 싫다고 버린 자리들을 그들이 와서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인데 어느 순간 그들의 피해의식이 어느 한순간 우리 사회의 뇌관으로 연결된다면 몇 년 전 프랑스가 겪었던 전철을 우리가 되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불과 한 세대 전 인구 감소정책을 편 후유증을 지금 톡톡히 겪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앞을 못 내다보고 저지른 과오가 자손들에게 몹쓸 유산을 남겨준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이다. 그동안 눈에 익었던 ‘단일’이라는 단어가 ‘다문화’란 말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단일이든 다문화든, 싫든 좋든 이제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산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