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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수양대군, 세조임금을 만나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해서 주말 늦은 시간에 박물관을 찾았다. 바로 ‘세조’ 특별전이다. 80년 전에 그려졌던 세조임금의 어진 초본을 중심으로 세조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다. 세조 임금께서 승하하신 지 약 550여 년 만에 등장한 세조 임금의 초상화, 즉 어진 초본이다. 오늘은 수양대군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조임금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세조 특별전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층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 면 가득 차 있는 ‘세조 임금’의 어진이다. 세조 어진 초본의 크기는 가로 131.8cm, 세로 186.5cm이다. 초본이라 색이 입혀지지 않고 흰 종이에 먹 선으로만 그려졌다. 초본의 장점을 살려 벽면 가득 채워진 어진 초본에 사람들이 색을 입힐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붉은색을 입히기도 하고, 검은색을 입히기도, 때론 진녹색을 입히기도 한다.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세조임금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화되기도 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세조 임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임금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영화 ‘관상’에 등장하는 수양대군의 모습에서도 비정한 임금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아무 색도 없는 세조 어진 초본을 자세히 들여다보자니 왕위를 찬탈한 비정한 임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통통한 얼굴에 가는 눈, 복스러운 코를 가졌다. 눈썹은 일자눈썹에 가깝고 특히 통통한 볼살이 눈에 띈다. 다만 얼굴 크기에 비해 입이 조금 작은 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신체구조로 어좌에 앉아 있는 모습이 꽤나 듬직해 보이는 인상이다. 가슴에는 오조룡이 크게 자리하고 있고 운문 모양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배열된 모습이다. 의상을 뺀다면 한마디로 편안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의 세조임금님이다.

세조 어진 초본이 전시될 수 있었던 것은 2016년 11월 국내 경매에 나온 것을 국립고궁박물관이 낙찰을 받았고 구매 2년 만에 이렇게 일반에게 처음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된 세조 어진 초본은 1935년에 기존에 있던 세조의 어진을 모사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김은호가 그린 밑그림이다. 어진 하단에 김은호의 붉은 인장이 찍혀 있다.

전시실에는 세조 어진을 모사하는 김은호의 사진이 벽면에 자리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1735년 영조 11년에 영희전에 모셔져 있던 세조 어진을 새로 옮겨 그린 후 봉안하는 전 과정을 기록한 ‘세조 영정모사도감의궤’가 전시되어 있다. 의궤 옆에는 ‘선원전 영정모사등록’도 전시되어 있는데, 1935년 4월부터 1936년 1월까지 창덕궁 신선원전의 세조 어진과 원종 어진을 모사한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이를 통해 이번에 전시된 세조 어진 초본이 창덕궁의 신선원전의 세조 어진을 모사하는 과정의 산출물임을 알 수 있다.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세조는 진평대군, 진양대군, 수양대군 등으로 불렸으며 문학과 활쏘기, 말타기에 아주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세조의 활쏘기에 대해 문종은 ‘벼락같이 빠른 화살’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 또한 천문과 수학, 음악, 의술 등 다양한 분야에도 그 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라를 다시 세운 왕으로 숭배되었던 세조이면서 민간의 신앙으로 신격화되기도 했던 세조임금, 그의 불명예는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세조 임금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었을까?

자신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가 5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후손들에게 남겨질 것이라 생각된다면 우리는 지금 이생을 어떻게 살게 될까? 조선의 7대 임금이었던 세조임금도 과연 기나긴 세월이 지나 자신의 초상화가 후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을 했을까? 전시회에서 수양대군 세조임금을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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