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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새해 화목함의 뜻을 새기며

 

 

 

새해 기해년을 맞아 올해는 더욱 보람찬 한 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우연히 책을 읽다가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라는 글귀를 읽게 되었다. 이 글귀는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되어 여순감옥에서 사형 당하기까지 옥중에서 휘호한 여러 유묵(遺墨) 중 하나이다.

안중근 의사는 명필이었다고 한다. 얼음처럼 차갑고 칼날처럼 예리한 결기가 서려 있어, 손끝이 아닌 심장으로 써 내려간 게 바로 그의 필치라고 한다.

무엇보다 안 의사는 노력하는 사색인이었다.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보물 제569-2호인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荊棘)’이 그 한 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만큼 독서열은 대단했다.

‘백인당중유태화’는 ‘구당서(舊唐書)’에 나오는 장공예(張公藝)의 이야기에서 유래하는데, 백번 참으면 큰 화평이 있다는 뜻이고, 구세동거(당)는 9대에 걸쳐 이루어진 친족이 한집에 산다는 뜻으로, 집안이 매우 화목함을 말한다.

옛날에 장공예(578~676)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3대 4대가 살기도 어려운데 9대가 한집에서 살았다. 99세 동안 한 집에서 9대 900명이 화목하게 살아 널리 알려졌다.

누가 와서 장공예에게 묻는다. “아니 2대 3대를 한집에서 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9대를 한 집에서 동거 생활을 합니까?” 하니까 장공예가 아무 말도 없이 큰 종이 한 장을 꺼내 놓고서 거기다가 참을 인(忍) 자 100자를 써서 준다. 백번 참으라는 말이다. 그래서 백인당중(百忍堂中)에 유태화(有泰和)라, 백 번 참는 집에는 크게 화합함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도 “참을 인 자 3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조선 시대 명종 때 널리 알려진 점쟁이 홍계관이다. 그의 점술이 너무나 신통방통하여 맹인 점술가의 시조가 되었다. 한 선비가 찾아와 장차의 운수를 보니 “장차 천하에 이름을 크게 떨칠 부귀할 상이오, 그런데 자칫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평생을 망칠 수도 있소. 그래도 방법이 한가지 있으니 집에 가거든 보이는 곳마다 참을 인(忍)자를 많이 써 붙이시오.”

집에 돌아와서 대문에 안방에 마루에 부엌에 기둥에 어디든 써 붙였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 보니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동침을 하는 것이었다.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쳐 분에 못 이겨 부엌으로 갔다. 식칼을 집어 들고 나오는 데 인(忍)자를 봤다. 그래도 화가 나 칼을 들고 나왔다. 마루 기둥에 또 인(忍)자를 보고 잠시 망설였으나 칼을 들고 안방문을 열려는 순간, 또 인(忍)자를 보는 순간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인(忍)자의 의미를 되새겨 본 것이다.

그때 선비의 아내가 인기척을 듣고서 방문을 열며 “여보, 죄송해요, 먼저 자서.” 그래도 선비는 씩씩대며 “옆에 상투 튼 놈은 누구요?” “웬 상투요?” 하면서 옆에 잠자는 이를 깨웠다. 이때 눈을 비비며 “형부 오셨어요? 죄송해요, 이런 모습이라.”

놀러와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를 뒤로 움켜 맨 채 잠들었던 처제였다. 선비는 상투로 착각한 것이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식은땀이 등줄기에 흘러내렸다. 정신을 차리니 인(忍)자 덕분에 큰 화를 면한 것이다.

올해는 모든 일에 참으며 화목함의 의미를 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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