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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실
늦은 찬으로
묵나물을 먹는다
나물 삶는 냄새
가득한 마당
어린순을 한 짐씩
부려놓던 사내
새 흙 무덤에
고사리 고사리
이러다 봄이 오겠어
-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 문학동네
하나의 죽음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반원의 풍경이 서늘하다. 만삭인 여자가 누워 있는 형상의 반원, 무덤 위에 자란 “고사리”의 이름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고사리” 이름만 들어도 산란해진다. 벌써 봄의 길목에 들어선 듯한 긴 겨울의 끝자락. “나물 삶는 냄새”가 코 앞까지 번져 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러다 봄이” 오고야 말겠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