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론
/이선
딸아이, 까만 눈동자
낙타가 사막 위를 뜀박질하오
“히힝” 기쁜 소리들
어제 펴놓은 사막이불 위에
뽀드득, 발자국을 남깁니다
사막여우 눈, 깊은 샘에는
덜 자란 호수 속에
반짝이는 초승달이 박혀 있다는
깨달음
내일 아침밥상은 아내 눈 속에서
지는 저녁놀
나는 맨발로 출근합니다
- 이선 시집 ‘갈라파고스 섬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딸과 아들을 만나게 되었을까. 혈육의 인연이 된다는 것이 어쩌면 사막에 있는 모래 한 알 정도의 가능성이겠지만, 그런 가능성이라서 우리의 인연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소중하니, 딸아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사막 위를 뜀박질하는 것도, 덜 자라 아직은 어두운 초승달빛도, 아내의 눈 속에서 지는 저녁놀의 아쉬움도 기쁨과 아름다움의 일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맨발로 출근을 한다 해도 거뜬하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