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아프다
/김지헌
당신이 먼 길 떠났다 돌아올 때까지도
저 울림통은 소리로 철벽을 칠 것이다
땅 속에서 7년을 벼르다
짧은 황홀을 맛보았으니
어찌 난산을 두려워하랴
마을을 통째로 떠메고 갈 것처럼
매미가 제 목숨 쏟아내는 동안
나무는 그 소리에 감전된 채 목을 내어주고
귀가 아프다는 것은
매미가,
혹은 어떤 인생이 전생을 떠메고 가느라
마지막 목숨 쏟아내는 것
소리의 상여길 같은 것
지금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소음공화국이다. 눈만 뜨면 모든 매체들에서, 거리에서 세상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소리, 소리들. 이것들은 하나같이 허공을 떠돌며 소리의 철벽을 치고 있다. 어디에 있든 피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소음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대적으로 서로의 등판에 활시위를 당기며 서로를 격하게 비방하는 소리에 점점 감전되어 가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소리의 상여길을 걷고 있다. 아니, 내가 그 소리의 상여길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 볼 일이다. 칠년을 땅속에서 벼르던 울림통은 먼 길 떠났다 돌아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향기마저도 철벽으로 가두어 버린다. 한여름 매미 울음이 소음으로 들려 창문열기를 얼마나 주저했는가. 귀가 아프도록 마지막 목숨 쏟아내던 그 소음 같은 매미소리그리운 계절이다./이채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