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
/고영민
유골을 받으러
식구들은 수골실로 모였다.
철심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분쇄사가 물었다
오빠 어릴 때 경운기에서 떨어져
다리 수술했잖아, 엄마
엄마 또 운다
영영 타지 않고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분쇄사는 천천히
철심을 골라냈다
-현대시학 / 2018, 7·8월호
철심이라는 기표에 내포된 기의가 사뭇 엄숙하고 진지하게 다가온다. 슬픔이 한껏 절제된 이 시의 스산함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육친의 죽음을 환기시킨다. 한 줌 재가 된 유골은 남은 가족에게는 먹먹한 슬픔의 최대치이리라. 더구나 딸려 나온 철심 앞에서랴. 죽음 앞에서 삶의 세목들을 되짚게 되는 구체적 매개체이기도 할 것이다. 담담한 진술 속에 시적 서사가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형제이리라 짐작되는 이의 죽음을 나의 관점에서라기보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읽게 되는 것이 이 시의 힘이다. 자식은 평생을 가슴에 묻는다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영영 타지 않는 것은 철심만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을 비롯해 어머니란 이름의 형틀을 지고서 크고 작은 걱정 끊일 날 없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가 생각난다./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