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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결혼식장에서 어머니의 눈물

 

 

 

 

 

어느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게 된다. 시월도 중순이 넘어 가을이 깊어간다. 지금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결혼식을 하지만, 그래도 주로 봄가을에 결혼을 많이 한다. 지금이 한창 결혼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결혼하는 나이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나마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 결혼의 의미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을 둔 부모는 결혼을 시킬 때 한 번쯤 눈물을 글썽이게 된다. 언젠가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결혼식장에 간 적이 있다. 그 혼사는 아들을 결혼시키는 자리였다. 그런데 혼주인 아버지가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는데 끝날 때까지 아버지는 많이 울어서 눈자위가 붉어졌다. 하객들이 모두 의아심에 궁금증을 느꼈다. 혼주인 어머니 말인즉 원래 아버지가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아도 그렇게 잘 운다고 하였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스물셋의 나이였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였다. 그때도 가을인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부모님과 인사를 하는데, 어머니의 눈이 붉게 충혈되고 퉁퉁 부어있었다. 어머니의 눈빛을 본 순간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신혼 여행길인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한 번 터진 눈물은 멎지를 않았다. 그때는 어머니께 잘못한 일만 생각나고 후회가 밀려와 계속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나는 큰딸을 결혼시키면서 결혼식 전날 딸과 굳게 약속을 했다. 절대로 우리는 울지 말자고 그 옛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딸이 아빠 손을 잡고 입장을 하면서 벌써 울컥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바라보면서 입술을 꽉 깨물며 눈짓을 했더니 가까스로 참는 듯했다. 그렇게 딸의 결혼식 때는 나처럼 그렇게 우는 일을 자제하였다.

며칠 전에는 내 여동생의 딸이 결혼식을 하였다. 내게는 바로 조카인 것이다. 동생은 사 남매 중 셋째로 동생이라지만 장녀인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생각도 깊었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많고 똑똑하였다. 그러나 어찌해 남자를 잘 못 만나 혼자서 딸을 키웠다. 아니, 어머니와 독신인 둘째 여동생이 다 키웠다. 그 동생은 계속 직장을 다니느라 미처 아이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 조카가 잘 자라서 이제 어엿하게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동생이 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조카는 아빠 대신 외삼촌인 막내 남동생의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하였다. 싱글벙글 웃으며 씩씩하게 입장을 하였다. 워낙 조카의 성격이 명랑하고 밝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무사히 결혼식이 끝났다. 양가 가족사진 촬영도 하고 식사도 잘 마쳤다. 식장에서 헤어지기 전에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친척 아저씨 한 분이 동생을 얼싸안으며

“대한민국에서 자네처럼 열심히 산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정말 고생 많이 했다.”라고 하자, 갑자기 동생이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그토록 힘들었던 때에도 단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동생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동생을 보며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눈시울을 적셨다. 평상시에 대범하고 씩씩하던 동생이 그날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잘 표현을 안 하던 성격이었지만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의지할 데 없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누구보다 생활력 강하고 부지런한 동생을 보면서 항상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일은 결코 평탄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곁에 어머니와 큰 여동생 세 모녀가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딸을 훌륭하게 키워 출가시키는 모습이 감사하고 대견하다. 결혼식장에서 딸 시집 보내며 우는 어머니의 마음은 한결같다. 보내는 섭섭함과 잘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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