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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

 

 

 

 

 

어린 시절 소리 내어 교과서를 읽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읽고 낭송했던 교과서 내용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선생님들은 왜 그리 낭송을 시켰는지, 그 때는 힘들었지만,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친구들과 낭송했던 동시와 구구단 외우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성우 서혜정은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잘 이해하며, 글쓴이와 교감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발성이 서툴러 목이 아프고 힘들지만, 자꾸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저절로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소리 내어 읽다보면, 호흡도 자연스럽게 복식으로 전환되어 성우처럼 아름다운 목소리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점점 몸에서 소리가 울리고 목의 부담이 줄어들고, 발음이 분명해져 자신감을 갖게 된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주차위치를 몰라 당황해 하는 경우가 있다. 주차후 소리 내어 주차위치를 말해 보면, 나중에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배운 내용을 친구들에게 소리 내어 설명해 봄으로써 자기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검도 되고 기억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낭송의 달인 호모큐라스’와 ‘낭송 Q시리즈’를 출간한 고미숙 작가도 낭송의 장점에 대해 말했다. 낭송은 공부와 우정을 북돋을 뿐 아니라 삶까지 바꾸는 ‘양생법’이라고 했다. 호모큐라스는 낭송의 의미와 이론적 기반을 설명한 ‘낭송안내서’이다. 큐라스란 배려, 보살핌, 치유 등을 뜻하는 영어단어 ‘케어’(Care)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이다. 낭송은 단순히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 아니며 내용을 외우는 암기와도 다르다. 즉 낭독을 넘어선 ‘암송’이 낭송이다. 소리로써 텍스트를 몸 안에 새기 기, 즉 ‘몸이 곧 책’이 되게 하는 행위가 낭송인 셈이다. 공부란 일상의 생각과 언행을 일치시키는 행위로, 생각은 머리가, 말은 입과 혀가 담당하므로 낭송은 머리와 입을 일치시키는 연습이라고 했다. 즉 낭송은 공부이자 윤리적 수련이 된다는 뜻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1만 시간의 훈련을 거쳐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학습이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는다면 지식은 될지언정 지혜로 바뀔 수는 없다. 내용 지식 없이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다. 우리 선조들도 천자문, 사서삼경 외우기 등 낭독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 조상들이 가르치던 것들을 불편하다고 버리면, 전통적 가치관 습득도 어려워지고, 우리의 존재가치마저 잃게 된다. 어렵더라도 자라는 세대를 위해 제대된 가치관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 내려온 탈무드의 지혜를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자녀들이 말썽을 피울 때에도 질문을 하면서 잘못 시인하고 깨닫도록 가르친다. 그들은 도서관에서도 친구들과 크게 소리 내어 토론하면서 공부한다. 하브루타는 짝을 이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한 것에 대해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서관이나 교실에서도 조용히 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학생들은 질문을 잘하지 못한다. 질문을 하라고 하면 말을 잃어버린다. 말을 잃어버린 그 순간, 생각마저 잃어버린 것인지 질문을 하지 못한다. 밥상머리교육을 강조하지만, 가정에서도 제대로 대화하거나 토론하지 못한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대화나 토론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과 마찬가지이다.

이제 침묵을 깨고 생각의 말문을 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질문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소리 내어 읽는 것부터 시작하여 낭송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는 다는 것은, 두려움 없이 제대로 된 질문, 즉 자신 있게 질문하기 위한 기본이다. ‘몸이 곧 책’이 되게 하는 낭송, 머리와 입을 일치시키는 낭송으로 침묵을 깨고 생각의 말문을 열어 질문하는 데 자신감을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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