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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때 생각나서 웃네

                                            /이종문

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녀를 괴롭히는 그 자식이 빠지라고 물웅덩이 메운 뒤에 그 위에 마른 흙들을 덮어뒀던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그 자식은 안 빠지고 어머야 난데없이 그녀가 풍덩 빠져 엉망이 되어버렸던 열두어 살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어떤 놈이 그랬냐며 호랑이 담임 쌤의 불호령에 자수했다, 열흘간 변소 청소를 도맡았던 그때 생각

그때 생각나서 웃네, 혼자 남아 청소할 때 그녀가 양동이에다 물을 떠다 날라주어, 세상에 변소 청소가 그리 좋던 그때 생각

 

 

■ 이종문 1955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묵 값은 내가 낼게』 『아버지가 서 계시네』 『그때 생각나서 웃네』으로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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