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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사회적 거리두기와 집밥의 그리움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고마움을 요즘처럼 크게 느낀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정다운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고 바람을 쐬고 산보를 하는 평범한 일상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인 활동이 대폭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이제는 어느덧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감염 통제 조치 혹은 캠페인을 이르는 말이다. 이 캠페인으로 인하여 우리의 생활 습관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되고 있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 씻기,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하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등 기본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및 모임, 외출이 자제되고 온라인의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에 집에만 머무른다는 뜻의 ‘집콕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으며, 무인점포와 온라인 유통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집밥’과 ‘저녁이 있는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삶을 많이 누리지 못했다. 특히 베이비부머(Baby Boomer)에 해당되는 세대들은 산업현장의 격랑을 헤쳐 나오면서 평범한 여가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더욱이 우리의 자식들에 해당되는 ‘에코(echo)세대’는 취업, 결혼, 출산, 연예, 내집 마련을 포기했다는 ‘오포세대’이니 그것까지 조금이라도 해결하자면 노년까지 정말 편치 않다. 그렇게 갖지 못했던 ‘집밥’을 먹으면서 한국의 많은 가장들은 우리 가족의 단절이 그동안 얼마나 골이 깊었는가를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평범하면서도 사소한 곳에 있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사무치게 느끼는 소중한 자성의 시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시집을 낸 외우(畏友) 정일근 시인은 늦은 퇴근길에 107번 버스를 기다리며 ‘기다림의 미학’을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그렸다.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들쥐들이, 무릇 식솔 거느린 모든 포유류들이/품안으로 제 자식들을 부르는 시간,/ 돌아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보르고 싶다/ 부르고 싶다 어둠 저편의 길들이여/경화, 태백, 중초마을의 따스한 불빛들이여/어둠 저편의 길을 불러 깨워/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 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아이들은 멀리 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리/ 살아 있음이여,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이여/그곳에 내가 살아 있어/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푸른 별로 돋아나는 그리운 이름들을 쓴다

(정일근, 「기다림에 대하여」에서)

현재 (2020년 4월 11일 오후 9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71만이 넘었고 사망자도 10만3천명이 넘어 6.05%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우울함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가정과 가족의 살가운 따사함이 아니겠는가. “더운 밥 냄새”와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을 느낀다면 지치고 외로운 우리 서민들의 마음을 훗훗하게 덥혀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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