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밖에
/유미애
외로울 때 나는
나에게 기댑니다
오른 팔을 뻗어 얼굴을 누이면
또 한 계절을 건너는 심장소리
덜컹덜컹, 뺨 붉은 봄날이 가고
푸른 소나기 넘어 흰 눈 오네요
외롭다는 말은 곧, 아프다는 말
참았던 상처가 울먹울먹 위태로울 때
꽃씨를 뿌린 기억마저 희미할 때는
까마득히 잊고 있던 내 몸
아름다운 오지(奧地)들을 만지며 고백합니다
미련한 나를 끌고 와주어 고맙다고
비단길 보다 진흙길 많아 미안하다고
소주 한 잔의 뜨거움 밖에 나눌게 없지만
키득키득, 아웅다웅, 또 함께 가보자고
■ 유미애 1961년 경북 문경 출생. 2004년 《시인세계》로 등단해 시집 『손톱』, 『분홍당나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