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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주마 ‘아침해’, 6·25전쟁 군마 ‘레클리스’로 영웅 되다

신설동경마장서 해병대에 팔려
전장 투입 탄약·부상병 등 수송

1953년 연천 네바다전투 영웅돼
무공훈장 등 수여 하사관 퇴역
1968년 장례식 미언론 대서특필

 

 

이프지 1997년 선정 미국 100대 영웅 중 ‘말’로 포함돼 화제

1997년 미국의 라이프(LIFE Magazine)지가 100대 영웅을 선정하면서 조지 워싱턴, 아브라함 링컨, 마틴 루터 킹, 마더 테레사 등 역사 속 위인들과 함께 사람이 아닌 군마(軍馬) ‘레클리스’(Reckless)를 포함시켜 화제가 됐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해병대 소속인 이 군마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경주를 준비하는 경주마 ‘아침해’였다.

6·25전쟁에 투입된 미군이 산길로 물자를 이동하기엔 지프차는 무용지물로 군마를 활용키로 한다.

이를 위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2년 10월 미군 해병대 소속 ‘프레더슨’은 군마 수급을 위해 신설동 경마장에서 경주마 ‘아침해’를 만나게 된다.

몽골계 혈통을 이어받은 암말 ‘아침해’는 140㎝의 작고 단단한 체구로 산길을 다니기에 적합한 체형이었다.

당시 ‘아침해’의 마주는 ‘김학문’이라는 어린 소년이었다고 전해진다.

지뢰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여동생의 의족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든 말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구입 가격은 250달러로 당시 1인 연평균 소득이 67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임을 고려한다면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었다.

의족을 사기엔 충분한 금액이었을 테지만 자신의 말이 전쟁터에 가야한다는 사실에 소년은 한참동안 통곡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한다.

총탄과 포성이 빗발치는 전장에 투입된 ‘아침해’는 고지대로 탄약과 물자, 부상병을 수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청각 발달로 큰 소리에 지레 겁을 먹는 다른 말들과는 달리 ‘아침해’는 우렁찬 포성소리와 여러 번의 총상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산길을 오를 땐 탄약을, 내려올 땐 부상당한 병사들을 실어 날랐다.

특히 1953년 3월 연천지역에서 중공군과 치룬 대규모 전투인 일명 ‘네바다 전투’에선 닷새간 하루 평균 51차례나 물자를 옮기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미 해병대는 ‘아침해’의 공로를 인정해 그를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의 ‘레클리스(Reckless)’로 이름붙이며 진급에 진급을 거듭, 1954년엔 병장으로 진급했다.

‘레클리스’는 한국전쟁 종전 후 1954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송환됐다.

무공훈장 등 5개의 훈장을 수여받고 1959년 하사관으로 진급한 레클리스는 이듬해인 1960년 공식적으로 은퇴하며 퇴직금을 대신해 평생 동안의 먹이를 보장받았다.

은퇴 후에도 동료 전우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퇴역군인 활동을 지내던 ‘레클리스’는 1968년 노환과 부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대하게 치러진 ‘레클리스’의 장례식은 미국 전역의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며 용맹함의 아이콘이 된 영웅馬를 기렸다.

미국에서도 하사관 레클리스의 이름을 딴 ‘Sergeant Reckless’라는 경주마가 활동했고 그 마주의 제안으로 2014년 켄터키더비 경주 개최일에 처칠다운스 경마장에서 ‘레클리스’의 추모행사가 시행되기도 했다.

/과천=김진수기자 k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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