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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사회적 경제]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의 역할

 

“만약 이번 일로 누군가가 체포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부당한 핍박에 저항하는 시민사회 운동가의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리브 머스크’(Elon Reeve Musk)가 5월 11일 캘리포니아주(州)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 프리몬트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남긴 트위트 속 한 구절이다. 보건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을 강행한 그의 돌출 행동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공장 복귀를 꺼리는 이들을 향해 무급 휴가를 사용할 것을 강권하는 한편, 추후 실업급여 수령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엄포까지 놨다.


테슬라의 공장 재개가 한 달째 되던 지난 6월 11일 미국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지수는 6.9%, 나스닥 지수는 5.3% 급락했다. 애리조나주,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늦가을 정도로 예상했던 2차 ‘대유행’(pandemic)이 생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는 긴장감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자본의 물꼬를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 은행가 출신 억만장자인 스티브 므누신(Steven Mnuchin) 미 재무장관은 최근 CNBC에 출연해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lock down)는 다시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자본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에 있다.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웠던 그간의 행태에서 탈피해 포용 성장이라는 거대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진 고용,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계층 간, 인종 간 심각한 불평등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미국의 공공 통계 조사기관인 APM(American Public Media) Research Lab은 ‘미국 내 백인에 견줘 흑인 사망률은 약 2.4배 높고, 아시아인과 라틴 아메리카 출신 역시 2.2배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업률 격차도 커졌다. 지난 6월 3일 미국 CNBC가 발표한 2020년 4월 기준 실업률을 살펴보면 백인의 실업률은 전월 14.2%에서 12.4%로 1.8%포인트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흑인 실업률은 16.7%에서 16.8%로 오히려 0.1%포인트 늘었다. 대면 서비스, 비정규직이라는 취약계층 일자리 특성상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은 크고, 의료보험 가입 비율은 낮아 초래된 불상사로 풀이된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남긴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유력한 도구다. 고용과 사회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협력과 연대를 통한 포용 성장을 강조한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고루 창출해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고용을 비롯한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데 안성맞춤이다.


스페인 협동조합 축구팀으로 유명한 FC바르셀로나는 고연봉 선수들이 앞장서 자신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대신 저연봉 직원들의 고용안정에 힘써 달라고 부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아르헨티나의 ‘라냐텔라 협동조합’은 기존 생산시설을 세정제, 마스크 등 필수 보건·의료물자 생산시설로 전환했다. 의료 종사자를 비롯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고위험군 근로자들에게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서유럽 국가 가운데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영국에서는 협동조합 대학인 ‘코퍼레이티브 칼리지’(Cooperative College)가 나서 코로나 19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치유하기 위해 e-러닝 강좌를 개설했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과 같은 주제를 보다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약 없는 백신과 치료제를 기다리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공동체 내 호혜성을 바탕으로 주민 간 연대의 힘을 강화하는 ‘슬기로운 사회적경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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